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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BBK 사태, 결국 특검으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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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선을 이틀 남겨두고 BBK 사태가 소용돌이다. 이명박 후보가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BBK 재수사 검토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신당은 재수사는 특검이 해야 한다며 오늘 국회에서 이명박 특검법안을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였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지지파를 중심으로 “특검 수용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는 신당과 한나라당의 집단 몸싸움으로 전쟁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 후보는 어젯밤 전격적으로 특검을 수용했다. BBK 사태는 결국 돌고 돌아 특검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 당선자가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우리는 특검을 반대해 왔다. 검찰이 문서 감정, 계좌 추적, 참고인 조사 등 많은 수단을 동원해 나름대로 사실을 규명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후보가 BBK 소유권을 가졌거나 BBK 주가조작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BBK 회장 이명박’이 찍힌 명함과 이 후보가 BBK 회장실을 사용한 동영상 등이 있지만 이것과 검찰 수사와는 다른 문제였다. 모든 세력은 검찰 수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명함 등은 이 후보가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사태를 푸는 길임을 우리는 지적해 왔다.

 특검의 남용은 정상적인 검찰제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후보의 책임이 크다. 그는 명함과 속칭 ‘박영선 동영상’을 해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차에 어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터져나온 것이다. 발언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많은 유권자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BBK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식과 순리와 법에 맡기면 된다. 이왕 특검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모든 세력은 냉정하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당선되면 이 후보는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특검은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쳐야 한다. 대선 이후의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대선은 역사의 분수령이다. 누가 되든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세력은 정치공세의 유혹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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