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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세계화 뒤쳐진 한국언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외국에 무슨 일이 나면 우리는 으레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부터 따진다.
물론 한국과의 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는 없다.그러나 외신에 대한 우리의 이러한 잣대가 요즘 유행하는「세계화」와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를 이번 보스니아 내전 취재를 통해 절실히느낄수 있었다.보스니아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전세 계에서 이곳에몰려든 기자는 현재까지 1만명이 넘는다.지난달 28일 자그레브의 유엔보호군 사령부 프레스센터에서 발급받은 기자의 신문기자용프레스카드 번호는 5천4백46번으로 사진.TV카메라기자등을 합치면 1만명이 넘는다는 것이 프레 스센터측의 설명이었다.
물론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기자들의 대다수는 유럽. 미국의 기자들이었다.그러나 어디엘 가도 일본 기자들은 눈에 띄었다.일본은 선진국에다 세계화도 앞서가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우리보다 한참 뒤진 나라라고「착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심지어 아프리카의 발행부수 몇만부 안되는 신문들이 기자들을현장에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단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류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를 생생하게 보도하기 위 해 현장에 온것일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세계화를 부르짖는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낯뜨거운 일이지만 한국기자는 본사취재진 2명이 전부였다.물론 외신을 이용,전장의 비극을 생생히 보도할수 있기 때문에 우리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험지에 기자들을 꼭 보낼 필요는 없다 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그런게 아니다.우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외면해버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지구촌의 외톨이가 될 수밖에없다.국제사회는 우리의 국력이나 위상에 걸맞은 우리의 국제적 처신을 요구하고 있다.
〈자그레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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