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PEOPLE] 대학가 혁신 주도, 홍승용 인하대 총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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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2면

홍승용(58·사진) 인하대 총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해양수산부 차관에서 2002년 3월 총장으로 변신해 6년 가까이 ‘인하호(號)’를 이끌고 있는 그는 대학 안팎에서 ‘CEO(최고경영자)형 총장’으로 불린다. 수시로 교직원·학생들에게 “인하대가 최고의 학생, 최고의 교수진을 보유하고 최고의 행정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강조한다. ‘Design, or resign!(새로운 정책을 설계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퇴하라)’을 외치며 도전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캠퍼스 송도 이전, 로스쿨 유치로 제2도약 할 것”

인하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최근 6년 동안 네 번이나 10위 안에 들었다. 서울 바깥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으로는 최고의 성적이다. 연구비 수주액, 적립기금, 취업률 등 각종 지표에서도 해마다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 총장과 인하대가 지금 바짝 긴장해 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고, 송도신도시에 제2캠퍼스를 확보해야 하는 두 개의 큰 ‘시험’에 맞닥뜨려 있기 때문이다. 홍 총장은 10일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사안이어서 한 개라도 놓치면 큰일이다.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는데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를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로스쿨 유치로 이야기가 이어지자 홍 총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인천에 반드시 로스쿨 하나가 배정돼야 한다. 법률시장 수요에 맞도록 전문 변호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에서 24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를 신청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인천을 서울과 분리해 대우해 달라는 주문이다. 인천의 인구가 270만 명, 변호사는 289명에 불과해 인구 9300명당 변호사 한 명으로 전국 평균치(5700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인하대는 지역적 특성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을 감안해 로스쿨을 지적재산권, 물류 통상 분야로 특화할 계획이다. 항공·해운 물류의 중심인 인천의 지역적 특성과 재단인 한진그룹의 후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적재산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프랭클린 피어스대학과 학점 상호 인증, 교수 교환,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송도 국제도시에 66만㎡(약 20만 평) 규모의 제2캠퍼스를 확보하는 것도 절실하다. 현재 인하대가 있는 용현동 캠퍼스는 1954년 설립 당시와 마찬가지인 33만㎡(약 10만 평)이다. 당시 학생·교직원은 10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식구가 2만1000명으로 늘었다.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링컨 대통령 때 만들어진 모릴법(이 법에 따라 정부가 525억㎡(약 159억 평)의 토지를 각 주에 넘기고, 이를 바탕으로 69개 대학이 설립됐다)이 크게 기여했음을 상기시켰다.

홍 총장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기업 유치는 물론 ‘외지(外知) 유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명문대학이 세계적인 대학과 손잡고 지식기업형 캠퍼스를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용적 학문 교육에 힘써야 한다.”

‘인하(INHA)’를 ‘Innovation(혁신)’과 ‘Harmony(조화)’의 머리글자 결합으로 정의하는 홍 총장은 “대학이 환골탈태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창조적 혁명’을 하지 않으면 도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대학 규모와 수준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과 전략적 연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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