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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정부조직개편 부처별 이슈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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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각변동(地殼變動)에 버금가는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어차피 상당한 정도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해졌다.그러나 조직개편이 단행됐다하여 정부가 당장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행정공백을 「최소화」해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때마침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라 예산편성,경제운영계획.각 부처 업무계획 작성등 당장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기관.산하연구기관 정비,한은(韓銀)과 정부의 관계 재정립,통상분야를 비롯한 부처간 세부 업 무분장등 혼선을 막기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교통정리를 해야 할 일들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각 분야의 현안 문제들이 과연 어떻게 처리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행정공백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일괄해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註] 어차피 늦어질 수밖에 없다.지난 두달동안 이미상당 부분 작업을 진행해 온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은 3일 오후부터 일단 작업을「일시 보류」해 놓은 상태다.
최종찬(崔鐘璨)경제기획국장은『그 동안의 작업결과를 모아 초안(草案)을 거의 마련한 상태인데 당분간 덮어 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제운영계획은 한해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방향을 잡는 일인데 전면개각을 앞두고 작업을 계속해 나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새로 짜이는 경제팀의 컬러와 중점 시책이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연말께 확정,발표돼야하는 경제운영계획이 내년초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비록 작업이 늦어지더라도 지난해 연말의 개각때 보았듯「기조」가 크게 바뀌기 보다「조각(組閣)인선(人選)」에 따른 컬러가 더 큰 변수가 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예산실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정부조직이 바뀌면서 부처별 예산배정을 새로 해야 한다.부처별 이합집산에 따라 기능과 업무가 옮겨가고 그로 인해 관련 예산을「교통정리」하는 일인데,쉽지 않은 대목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개편되면서 상공자원부.과기처.공보처의 관련 기능을 이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을 더많이 받으려하고 덜 내주려는 부처간 이해가 엇갈리게 돼있다.
전체적으로는 예산이「절약」될것이 틀림없고,예컨대 직제 개편에따라 줄어드는 인건비.판공비등은 불용액(不用額)으로 처리된다.
중앙부처간 업무이관과는 달리 만일 중앙정부 기능이 지방으로 넘어갈 경우엔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하므로 일이 매 우 복잡해진다. ***국책연구기관 정부조직의 전면적 개편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한국개발연구원(KDI)등 국책연구기관에 대해서도 조직및 기능 통폐합작업이 내년초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정부조직부터 새로 짜고 난 다음 후속 작업으로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에 대한 일대 수술을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지고,상공자원부가 통상산업부로 개편되며 정보통신부가 신설되는등 정부조직이 완전히 새로 편성됨에 따라 기획원 산하의 KD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재무부산하의 금융연구원.조세연구원,상공자원부산하의 산 업연구원(KIET)등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은 올 상반기 재정에서 연구비와 운영비를지원받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에 대한 기능조정및 통폐합작업에 착수했으나 당사자들의 반발에 밀려 도중에 덮어두고 말았다.
연구소 정비작업은▲중복되는 유사업무는 한군데로 모으고▲연구시설및 연구 성과의 공동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KDI등 인문사회계가 19개,표준과학연구소등 과학기술계통이 17개,기타 연구목적을 갖지 않은 곳8개등 모두 44개에 이른다.여기에 이들 연구기관들의 부설연구소(14개)까지 합치면 출연기관수는 총 58개에 이른다.
44개 연구기관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5천4백78억원이었으며,올해 예산은 이보다 17.4%(9백52억원)늘어난 6천4백30억원이다.
***韓銀독립 재무부장관이 겸직하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직을 새로운 재정경제원 장관이 계속 맡게 될지가 주목되고 있는가운데 한은과 재무부 측의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측은『경제부처를 총괄하는 부총리급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게될 경우한은독립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이 규제 완화의 취지를 담고 있는 만큼 재무부가 갖고 있던 금융분야에서의 각종 권한이 대거 한은에 위임되거나 자유화될 것으로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에대해『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나 금통위 의장직은 재경원 장관이 계속 맡아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으며,통화신용정책과 다른 정책의 연계를 위해서는 정부가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무부는 또『규제완화에 따른 사후 감독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며『은행감독원등 감독기능은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한은측과의 한 차례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책조정기능 뚜렷한 교통정리가 안 돼 있다.다만 차관회의를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이 주재함으로써 총리실의 정책조정기능이강화되긴 했지만 경제정책에 관한 한 새로 탄생할 재정경제원의 기획조정기능이 지금까지의 기획원보다 더욱 세질 것이라는 관측만나 오고 있다.
기획원이 재무부와 합쳐져 기존의 예산편성권외에 통화.금융등「정책 수단」을 한 곳에서 확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안병우(安炳禹)기획원 차관보는『앞으로 경제정책은 재정경제원 차원에서 사실상 마무리되는 일이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총리실은 非경제분야,재정경제원은 경제분야정책을 조정하는 식의 업무분장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방조직 개편 시.도,시.군.구,읍.면.동등 3단계로 돼있는 지방행정 조직을 2단계로 단순화하는 지방조직 개편이 검토되고 있다.특히 내년에 4대 지방선거에 앞서 기존의 도(道)단위 조직보다 시.군.구(市郡區)단위가 보다 강화된다.
***통상 정책 교통정리가 시급하다.통상과 관련된 국내조정 업무는 신설되는 통상산업부가,대외 교섭 업무는 기존의 외무부가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경제기획원.상공자원부.외무부외에 공산품.농산물.반덤핑.지적재산권등 각 소관 부처별로 따로 맡고 있 는 업무를 차제에 어떻게 갈라 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기준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경제기획원이 갖고 있던 통상조정 기능이 통상산업부로 넘어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외무부와의 업무 분장 문제가 다시 제기되게 되어있다.
***공정 거래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줄여가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최근들어 공정위가「경쟁 촉진」보다「경쟁 제한」쪽으로 잘못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을「실질적인 독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확대 재정립 방향에 따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우정업무 분리 정부 부처내 모든 정보통신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10년 숙원을 풀게 될 체신부로서도 우편과 체신금융등 사업기능의 분리를 더욱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당초 97년 우정공사를 설립,분리할 계획으로 있으나 정보통신정책에 매진하기 위해선 좀더 빨리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정책기능과 규제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현 체신부기능중 규제부분을 대폭 통신위원회에 이관,순수 정책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도 나오고 있다.즉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요금등 규제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것같이 통신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산업총괄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하면서 관련부처의정보통신관련 정책기능을 한곳으로 모은다는 큰 방향은 결정됐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상공자원부.과기처로부터 어떤 기능을 가져오게될 것인지는 관련부처와의 조정작업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논란을 빚어왔던 것에 비춰볼 때▲상공자원부에서는 멀티미디어컴퓨터.대형컴퓨터.기타 정보통신용 단말기 등이▲과기처에서는 소프트웨어.반도체개발사업 등이 새로 출범할 정보통신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뉴미디어 공보처의 업무중 위성방송이나 종합유선방송.주문형 비디오서비스(VOD)등 뉴미디어뿐 아니라 일반 방송분야를 얼마만큼 이관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 방송과 통신의 유합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도정보통신 범주에서 집중 육성의 필요성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의 경우도 이들 정책기능을 부처간에 나누지않고 있다.
***공보처 기능 유선방송.위성방송등 노른자위 업무를 새로 발족하는 정보통신부에 넘겨준 공보처는 이전에 비해 왜소해진 상태로 순수 공보업무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보처는 공보업무의 취약지대인 해외공보 분야를 특화시켜나가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부.정치2〉 ***국토개발 계획 전면적으로 다시 짜여질예정이다.지금까지는 건설부가 도로 위주로 국토계획을 짜 왔으나앞으로는 건설교통부가 도로망.항만.공항.도시교통등의 개념을 총망라해 사회간접자본의 골격을 잡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건설부의 한 관계자는『남북관계 변화와 국제화.개방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토개발계획의 전면 재고(再考)가 불가피하다』며『내년도 업무 계획에 이처럼 국토계획의 틀을 다시 짜는 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교통부가 추진해오던 교통기본법은 더 이상 작업할 필요성이 없어짐에 따라 중단됐다.
당초 교통부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교통정책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장기적인 도로 건설등 주요 정책은 교통부 장관이 통합 조정하는 내용의 교통기본법을 올 연말까지 의원입법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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