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對北경협창구 다양화-교역위주 탈피 제조업체 각개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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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기업들의 대북접촉 양태(樣態)가 뚜렷이 달라지고 있다.과거의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교역위주 접촉이 이제는 그룹내 제조업체들이 각개약진하는 형식으로 직접 대북창구와 접촉하는등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종합상사의 비중을 줄이고 전자.호텔.건설등 관계자를 전면에 내세웠다.현대도 종합상사는 정보수집 정도에 그치고실제업무는 금강개발.현대건설등의 관계자가 챙기고 있다.이같이 활발해진 대북접촉에 따라 국내 중개라인도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북접촉 창구는 어떤 인물들인가.
80년대 후반이후 대외적으로 알려진 알선창구는 북한의 금강산개발무역총공사 공동대표인 朴경윤(여)씨와 삼성물산 북경사무소장이던 카렌 한(여)씨등 재미교포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이들의 활동무대가 많이 좁혀지고 사람도 바뀌었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사망이후 남한과 대만등 非수교국과의 투자유치 창구로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약칭 高民發)를 설립했고 회장에 정무원 소속으로 지난 6월 신설된 민족경제위원회 李성록위원장을 앉혔다.
李성록위원장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챙기는 대외무역위원회의 金정우 부원장과 함께 주요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업계는 과거 金달현 부총리 대신 김정일(金正日)의 삼촌인 金영주가 이들업무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베이징(北京)에서 이들과 직접 접촉을 꾀하고 있다.연내 예정된 삼성과 현대관계자들의 방북(訪北)도 이들 창구및 그 알선책과의 접촉을 통해 이뤄졌다.이들 두 그룹의 베이징사무소는 서울의 그룹관계자들이 직접 챙기고있다. 또 대우.럭키금성.선경.쌍용.금호.효성.미원.코오롱.두산그룹등은 베이징에 전담자를 두고 고민발(高民發) 베이징사무소등과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접촉창구가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북한의 문을 두드리려는 기업이 많다보니 자연 이들 두 기관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간 라인들이 베이징이나 연변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변의 선호기업집단 李철호회장이나 연변항운 전용만(全龍萬)회장등 북한측과 친분이 있는 조선족 기업인들이 여기에 속한다.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대기업 관계자들이 베이징에서 李성록이나 金정우 측근들을 만날 때면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全회장의 연변항운은 연초 북한당국의 허가를 얻어 부산~청진간직항로를 개설하기도 했다.李철호회장은 10월초 해덕익스프레스와대호건설에 나진.선봉지역 토지의 임대.개발및 이용권을 북한당국으로부터 얻어준 것으로 유명하다.현대그룹은 선 호기업집단과,삼성그룹은 연변항운과 각각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들과 친분을 맺은 사람들이 국내라인을 구축하고 있다.全회장측의 국내 커넥션은 H선사의 朴모회장이고 李회장의 국내 커넥션은 해덕익스프레스의 金하정 회장인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고민발등과 직접 접촉이 불가능한 중소기업들은 주로 이들 국내커넥션과 접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뿐 아니라 베이징과 중국 동북3성에는 최근 연변항운이나 선호기업집단 또는 고민발과의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알선책들이더러 나오고 있다.최근에는 베이징에서 조선족 李모씨가 이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중소기업은 물 론 대기업까지李씨의 신분과 행적을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알선책들이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나서는만큼 대북 정보에 어두운 중소기업들은 특히 접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충고한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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