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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화면 가득 ‘가슴’, 쉴새 없는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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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감독: 윤태윤
출연: 임창정·송지효·최성국·신이· 유채영· 이화선 등
장르: 코미디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법대생 은식(임창정)은 퀸카급으로 꼽히는 같은 대학 수영선수 경아(송지효)와 3년째 연애 중이다. 저녁 회식자리가 끝나면 쌍쌍이 모텔로 찾아드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은식과 경아의 스킨십은 제자리걸음이다. 은식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굴어도 보지만, ‘엽기적인 그녀’ 못지않게 직설적인 경아한테 면박만 당한다. 때마침 예전에 경아를 사모했던 동네 오빠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모습으로 나타나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설상가상으로 은식은 동아리 선배 성국(최성국)의 손에 이끌려 성매매업소를 찾았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려 망신을 당한다.

 ‘색즉시공2’는 5년 전 개봉한 ‘색즉시공’(감독 윤제균)의 속편이다. 전편이 그랬듯 지향점이 뚜렷하다. 취향에 따라 관객의 호오가 뚜렷이 갈릴 수 있는 영화란 얘기다. 미덕이라면 적어도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향해서는 충실한 전략을 구사한다.

 우선 제목부터 ‘색’을 쓴 영화답게 무늬만 야한 척하지는 않는다. 그 효과는 둘째로 치더라도, 일단 스크린에 여자의 벗은 가슴을 양껏 노출한다. 물론 이 색에는 경계가 있다. 노출은 주로 주변인물의 몫이고, 주연들은 상대적으로 ‘순수한’ 관계로 보호된다. 일편단심의 은식과 달리, 선배 성국은 수영부 코치 경주(신이)와 사귀는 중이면서도 새로운 코치 영채(이화선)에게 한눈을 판다. 여기에 코미디가 더해진다. 이 코미디 역시 취향에 따라 뒷맛이 갈릴 수 있다. 수영부 감독 유미(유채영)는 발군이라고 할 만한 거친 입담을 구사하며 욕설코미디로 활약한다. 남자의 엉덩이와 몰래카메라족도 등장해 이른바 ‘화장실 유머’로 양념을 친다.

 노출과 코미디는 은식의 애정을 부각시키는 배경이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은식을 경아는 왜 사랑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들 즈음, 경아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고, 은식의 헌신적인 사랑이 다시 한 번 조명된다. 한바탕 코믹한 소동극 뒤에 감정선을 자극하려는 이 같은 전략 역시 전편을 이어받는다.

 이 전략적인 영화를 두고 성에 대한 변화한 태도 운운하는 것은 좀 부질없어 보인다. 순수한 사랑과 섹스 만발한 사랑 사이의 이분법, 조건 좋은 남자를 편드는 부모의 심리 같은 고전적인 요소가 드라마의 배경에 깔려 있다. 이 영화 속의 풍경만 보자면 5년 전의 전편과 그다지 시대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전편과 지나치게 닮은 전략 덕분에 영화 전체로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은식처럼 소심하고 볼품없고, 동시에 순박하고 우직한 남자를 연기하는 데 임창정은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맞춤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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