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없는 6일 전략 … 이명박 측 '몸조심·말조심·술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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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선 후보 진영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한 엿새'간을 위한 맞춤 전략을 짜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은 "정동영.이회창 후보 측이 여론조사 판세를 허위로 조작해 유포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BBK 수사와 관련해 "검찰 편파 수사에 대한 반감 때문에 국민의 지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역대 대선에서 마지막 여론조사 뒤 판세가 바뀐 사례는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하겠다"며 "20%포인트 이상 이명박 후보가 앞선 상황에서 국민들이 허위 주장에 속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여론조사가 공개되지 않는 기간 중에 실수를 줄이는 게 앞으로 남은 승패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선대위 전체가 극도의 '몸조심.말조심.술조심 모드'에 돌입했다. 이명박 후보가 기자회견 또는 막판 수도권 유세를 통해 정권 교체 희망 세력의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는 계획도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이명박 후보의 부패 이미지가 드러나면서 수도권 화이트칼라와 30~40대를 중심으로 이명박 지지층이 이탈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선 범여권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호남의 결집도를 극대화하고, 수도권.충청권의 공략을 강화하면서 대역전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은 "그동안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철회하려 해도 이 후보가 지지율 1위로 나오는 현실 때문에 관성적으로 지지를 이어 갔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부패한 이 후보를 계속 지지할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도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범여권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도 선거 전날까지 계속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은 연일 '여론조사 불신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 2, 3위로 엎치락뒤치락 중이란 내용의 현재 여론조사는 바닥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영남 지역 유세에선 이회창 후보가 직접 나서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큰 신문이 조사하는 여론조사는 다 엉터리'라고 하더라"며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말하길 '표본부터가 잘못돼 (유권자들이) 바닥에서 느끼는 것과 (여론조사 결과는) 다르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캠프는 며칠째 "3위 정동영 후보와 5% 이상의 격차를 벌인 확고한 2위"라며 "남은 기간 총력을 다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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