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강 교육감 '묻지마 선출'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남 창원에 사는 송영옥(47.여)씨는 19일 대통령 선거 때 경남도교육청의 새 교육감도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송씨는 대학생과 중 3, 초등 6년 세 딸을 둔 학부모다. 송씨는 "창원지역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특수목적고가 설립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교육감이 학교 신설과 선생님 인사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19일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경남.울산.충북.제주 네 곳의 교육감 선거가 주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처음 직선제로 실시하는 교육감 선거지만 대선에 묻히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6명이 선거가 치러지는 것을 모를 정도다.

충북.경남.제주는 교육감의 4년 임기가 만료된 정상적인 선거고, 울산은 전임 교육감의 대법원 당선 무효 판결에 따른 재선거다.

교육감은 '교육 소(小)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지역 초.중.고교의 돈줄과 인사, 학교 인가권, 교육과정 운영을 좌지우지한다. 경남교육청 교육감은 연간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교사.교육공무원.기능직 등 3만3800여 명의 인사권, 학교 인가.폐지 권한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에 영향을 미칠 원어민 교사 배정과 수준별 이동수업, 특성화 교육 등 일선 초.중.고의 교육과정까지 관여한다. 교육감이 학생들의 실력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직선제 흔들=지금까지 교육감은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간접선거로 뽑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직선제로 바뀌었다. 19일 선출되는 4개 지역 교육감들의 임기는 2010년 6월까지 2년5개월이다. 개정 법률에 따라 2010년 7월부터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4년 임기를 같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올 2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의 15.3%만이 투표해 대표성과 제도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는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며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표 우려=출마자는 울산 지역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충북.경남.제주는 2명씩 경쟁하고 있다. 후보들은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강화 ▶특목고 설립 ▶수월성 교육 강화 ▶방과후 학교 강화 ▶입시지원센터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교원대 엄기형 교수는 "공약에 대한 검증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선과 같은 날 선거하면 관리는 쉽지만 주민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표는 네 지역 모두 대선 기표소가 설치된 장소에서 이뤄진다. 교육감은 정당 추천제가 아니며, 기호도 '가나다' 순으로 정한다. 교육인적자원부 김남일 지방교육지원관은 "유권자들이 정당별 기호인 줄 알고 묻지마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선거가 제대로 돼야 교육자치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영유.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