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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6집 낸 재미동포 출신 R&B 가수 박정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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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알앤비(R&B) 가수 박정현(31·사진)하면 맑고 고운 음색이 먼저 떠오른다. 체구는 작아도 폭발력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가 2년여 만에 여섯 번째 앨범을 냈다. 일본 활동을 잠시 접고, 1년간 몰두해 만든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은 ‘컴 투 웨어 아이 앰’(come to where I am). 가수 박정현의 음악 세계로 오라는 뜻이다. 앨범 재킷 사진도 자신의 음악 공간을 의미하는 예쁜 집에서 찍었다.

“5집 때 처음 프로듀싱에 도전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듀싱 비중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확실히 내가 만든 집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부쩍 늘어난 자작곡을 보면, 그가 이번 앨범을 자신의 집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퍼니 스타’(Funny Star), ‘헤이 예’(Hey Yeah), ‘믿어요’ 등 네 곡을 혼자서, 그리고 타이틀곡 ‘눈물빛 글씨’ 등 여섯 곡을 공동 프로듀서 황성제씨와 함께 작곡했다. 싱어송 라이터이자 셀프 프로듀서로 성장해 가는 박정현의 손때가 묻은 앨범이라 할 만하다.

‘눈물빛 글씨’는 그의 애절한 보컬이 세련된 코러스와 함께 극적으로 고조되며,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노래다. 가장 박정현 다운 노래라는 점에서 타이틀곡으로 손색이 없다.

“‘눈물빛 글씨’ ‘달아요’ ‘믿어요’ 중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할까 두 달간 고민했어요. 사실 보사노바 풍의 ‘달아요’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앨범 전체의 흐름이 이 곡에서 나왔죠. 그런데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만큼 임팩트 있는 곡이 타이틀곡이 돼야 할 것 같아 ‘눈물빛 글씨’를 내세웠죠.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발라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걸 보면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앨범 재킷 사진의 캐주얼한 복장처럼 음악도 자유롭고 편안하다. 알앤비·보사노바·모던 록 등이 정갈하게 잘 버무려졌다. ‘눈물빛 글씨’에서만 예전의 기교가 느껴질 뿐 전반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보컬이 돋보인다.

그는 ‘디 어더 사이드’(The Other Side) ‘스마일’(Smile) 등에서 더욱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화려한 밴드 연주와 랩이 잘 어우러진 ‘디 어더 사이드’는 가사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마리아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동명 여성의 상반된 삶을 팝 리듬에 실었다.

“사실 장난처럼 만든 노래였는데, 작업하면서 점점 진지해졌죠. 마리아는 모든 걸 다 가진 커리어우먼이지만 고독해요. 또 다른 마리아는 가난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이 부자죠. 누구에게나 겉으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나 비하인드 스토리는 있는 법이잖아요.”

박정현의 ‘디 어더 사이드’(이면)는 무엇일까. “박정현 하면 수줍어하고, 늘 시집을 들고 다니며 먼 하늘만 바라볼 것 같은 이미지잖아요.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향적인 면도 있어요. 조용했던 것은 한국말을 잘 못해서, 실수할까 봐 그랬던 거였죠. 지금도 영한사전을 갖다 놓고 가사를 쓴답니다.”

1996년 가수가 되겠다며 미국에서 건너온 박정현. “2년만 하고 반응이 없으면 학교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지만, 그는 10년 넘게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알앤비 냄새가 물씬 나는 창법으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그의 음악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박정현 표 발라드가 됐다.

“사람들은 제게서 예쁜 발라드를 기대하죠. 저도 발라드 부를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미장원에서’를 들으며 애인과 헤어진 아픔을 달랬다는 팬의 사연을 듣고 보람을 느꼈어요. 사람들이 공감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는 27일부터 5일간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연말콘서트를 연다. 새로운 편곡과 신곡들로 꽉 찬 자신의 음악상자를 팬들에게 열어 보인다는 포부다.

글= 정현목 기자, 사진= 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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