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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폐교 활용대책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올 3월 문을 닫은 지 8개월여만에「거대한 흉가」가 돼버린 양평군강하면동오리 강남국교의 을씨년스런 모습은 경기도내 47개폐교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 돼버렸다.
82년 이후 모두 92개교가 문을 닫은 경기도지역에서 청소년수련장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는 학교는 34%에 불과한 31개교.
매각처분된 15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47개교는 아무런 대책없이 버려져 옹진군덕적면지도리 지도분교등은 방치 11년째를 맞고있다. 폐교 방치가 장기화되자 도내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폐교시설이 남아 있는 양평지역에서는 주민대표 16명이 올 4월「향토학교보존위원회(위원장 李乙杓.41)」를 결성,『폐교부지를 주민들에게 무상임대,청소년수련시설.마을회관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폐교부지는 모두 청소년수련시설등으로 자체 재활용할 방침이 이미 마련돼있다』며『다만 올해도 18억원의 신청예산중 4억5천만원만 확보되는등 예산문제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을 뿐』이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춘천군북산면청평리에 위치한 상천국교 청평분교는 崔모(37)씨가 임대를 받아 문화예술인들의 사계절 수련원으로 꾸밀 계획이었으나 까다로운 임대조건 때문에 임대를 받지못해 5년째 방치되고있다. 崔씨는『수련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식당.화장실등 기본적 편의시설을 만들려 했으나 지붕을 고치는 것 이외에는 현재의 시설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 행정규제로 임대를 포기했다』며『시설방치로 건물이 훼손되는 것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임 대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내에는 82년부터 지금까지 청평분교등 1백42개 학교가폐교돼 이중 47개교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지역 역시 72개교가 폐교된 상태.
이 가운데 홍성군 은하면에 있는 대하국민학교는 지난 3월 문을 닫은 뒤 고향식품社와 10월11일 임대계약을 맺어 식품보관창고로 활용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나머지 22개교도 청소년수련시설이나 임대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홍성군은하면대율리에 사는 金주태(46)씨등 주민들은『굳이 문을 닫지 않아도 될 학교까지 닫아주민들 불만이 많다』며『폐교정책이 주민입장에서 재고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폐교한 2백17개 학교중 69개교가 방치되고 있는 경북도나 37개 폐교중 올해 21개교를 매각하고 나머지 16개교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국유재산법및 지방재정법에는 폐교를 공매처분토록 하고 있으나 토지증여로 설립된 학교부지는 주민들의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3일 경북영일군흥해읍남송리 주민 70여명은 도교육청이 폐교된 남송분교터 1천3백20평을 5천6백만원에 매각하자『당초 주민들의 기증에 의해 세워진 학교인 만큼 폐교된 이상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며 농성을 벌였다.
남송분교는 63년9월 지역주민들이 학교터의 일부인 7백90평을 기증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주민들의 희사는 증여인만큼 법적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며『주민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84개교 14만여평을 돌려주어야 하는데다 국가재산관리에도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 다.
승주군주암면운룡리 운룡국민학교는 91년 1학급만 유지되다 학생수 부족으로 결국 폐교됐다.
순천교육청은 폐교직후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매각승인을 받아 구입자를 물색했으나 현재까지 희망자가 없어 4년째 방치하고 있다. 주민 최용수(崔容洙.46.운룡리2구)씨는『일년에 한두번 명절때 귀향한 청년들이 체육대회장소로 이용할뿐 평소에는 마을사람들조차 폐교된 학교에 찾아가지 않는다』면서『교육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학교건물등 시설이 노후된 운룡국교나 월등면 소재 월계국교등은 매입.임대를 원하는 사회단체.기업.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책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라며『체육관.도서관등 공공시설 건립을 위한 시설사업비 확보 차원에서도 매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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