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가 재추진한 후보 단일화와 양당 통합 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막판 지지층 결집을 노리던 정 후보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민주당(대표 박상천)은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신당과의 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세 시간가량 계속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통합과 단일화는 없다"며 "다수 국민이 참여정부와 신당 정권을 심판하려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참여정부 연장이나 다름없는 신당의 노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향후 대선이 끝날 때까지 통합과 단일화 논의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회의에서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는 방안 ▶정 후보 측과 후보 단일화를 하되 합당을 유보하는 방안 ▶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최고위원들은 첫 번째 안을 선택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최인기.이상열 의원 등은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이인제 후보는 완주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동영 후보 측은 역전의 불씨로 활용하려던 '단일화 카드'를 접어야 할 처지가 됐다. 정 후보 측은 당초 "자체 여론조사 결과 단일화가 성사되면 수도권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일화 요구는 가히 국민운동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협상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신당 측은 "안타깝다"(이낙연 대변인)는 짧은 논평을 냈다.
정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지지부진하다. 문 후보는 이날 "단 한 번의 희생적 결단이 국민 모두를 감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것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정동영 후보뿐"이라며 정 후보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각 세력이 대선보다 총선에 관심을 쏟는 게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접은 문국현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를 해도 대선에서 질 거라면 독자적으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펼쳐질 정치 지형에서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범여권에선 최근 유세 일정을 중단한 이수성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후보가 조만간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