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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山水朦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둔괘()는 어렵게 생겨나는 것이고,몽괘()는 이제 막 태어났으니 어리고 몽매하다는 뜻이다.그러므로 둔괘 다음에 몽괘를 놓았다.몽은 몽매함을 깨우치는 교육의 의미가 있다.
「蒙」자를 보면 무질서하게 흩어진 풀()과 울안에 갇혀있는(+一)무지한 돼지(豕)의 합성으로 되어 있다.즉 갓 태어나 무지하고 순진한 초매(草昧)또는 동몽(童蒙)을 말하며,그 동몽을잘 보호하고 교육시켜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교육의 기초가되니,『계몽편(啓蒙篇)』『동몽선습(童蒙先習)』『격몽요결(擊蒙要訣)』등 어린이를 가르치기 위한 책이름도 모두 몽괘에서 연유한다. 산속에서 생겨난 샘물이 어려움을 헤치며 흐르고 또 흘러 바다에 이르듯이 목적을 세워 과감히 행동하며 덕을 기르는 것이몽이니 교육자나 피교육자가 다같이 형통하다.가르치는 선생이 제자를 찾지 말고 배울 사람이 선생을 찾아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한결같은 마음으로 배움을 청하면 가르침이 이뤄지고 반신반의하면 이미 그 교육은 망치게 된다.따라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서로가 뜻이 통해야 하며 믿음으로 중심을 잘 지켜야 올바른 교육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몽괘는 각 효의처한 상황에 따라 그 처신이 다르다.처음 음효는(初六)교육의 처음이니 올바른 습관을 기르기 위해 벌을 주는 등 엄하게 하다가 차차 대화와 칭찬을 하면서 풀어주어야 한다.
두번째 양(九二)은 몽매한 어린이를 포용하며 가르치되 아내를사랑하듯 하며,자신이 중용의 큰 덕을 지닌 훌륭한 학문이 있다면 스승이나 선배보다 앞장서서 자신의 경륜을 펼쳐야 한다.세번째 음효(六三)는 자질도 못난데다 행동도 중심이 없으니 돈많은이웃남자나 넘보며 몸을 지키지 못하므로 주변사람들이 모두 경계하며 꺼린다.네번째 음효(六四)는 스승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독학으로 공부하느라 어려운 상이다.다섯번째 음효(六五)는 마음이 순하고 행동이 공손하므로 스승 에게 순응해 독실히 공부하여크게 성취한다.맨위의 양효(上九)는 학생의 행동을 규제하여 바르게 인도하는 생활지도담당이다.공연히 자극을 주거나 반감을 사지않으려면 가르치는 것은 선생에게 맡기고 잘못을 막는데만 힘써야 한다.
친구가 아들 혼사에 점을 해보라 하여 몽괘 육삼효가 동했다.
『음이 양의 위에 있고 중을 얻지 못하였으니 중심을 잃고 부당한 짓을 하는 격으로 돈 많은 남자나 쫓아다니는 불순한 여자』라는 점풀이를 해주었더니 친구는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크게 놀랐다.아들이 학창시절부터 사귀어 온 처자이기 때문이다.결국 그 처자는 혼인하기로 약속해놓고도 부잣집 아들과 은근히 사귄 것이 발각되어 혼사는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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