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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카르 데스탱 前佛대통령 연애소설펴내 화제-"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前대통령(68)이 남녀의 사랑을 다룬 순수 창작소설을 출간해 프랑스 정가(政街)는 물론 독서계에도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정치인들이 자서전이나 회고록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험을 책으로 담아 내는 경우는 흔히 있으나 순수 소설을 집필하기는 지스카르 데스탱 前대통령이 처음이다.
지난 16일부터 시판에 들어간『여로』(旅路.Le Passage)란 제목의 이 소설은 한 사냥꾼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젊은 여성과 나눈 격정적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솔로뉴 지방에 사는 젊은 사냥꾼 샤를르는 어느 늦여름 사슴사냥을 나갔다가 길가를 지나던 처녀 나탈리를 보고 첫눈에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나탈리를 못잊으며 연모의 정에 빠졌던 샤를르는 우연한 기회에 사냥터에서 나탈 리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두 남녀는 이내 뜨거운 사랑과 정사(情事)를 나누게 된다.
그러나 자연과 동물에 둘러싸여 자란 사냥꾼과 현대적 감성과 강한 개성을 가진 처녀라는 두 대조적인 남녀는 잦은 성격 마찰끝에 처녀가 남자의 곁을 떠남으로써 소설은 마무리된다.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로 돼 있는 셈이다.
소설은 기다림과 탐색의 연속끝에 방아쇠를 당겨 동물을 죽였을때 결국 남게 되는 것은 후회라는 점을 사냥행위를 통해 강조하면서 주인공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여자와의 만남을 사냥행위에 간접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다.
원로 정치인인 저자는「나」라는 일인칭 서술방식을 사용하면서 처녀에게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피부감촉과 격렬한 정사장면등을손에 잡힐듯 적나라하게 묘사,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그러나 그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방에서 사냥을 자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설의 플롯은 모두 상상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모파상을 흠모하며 오래전부터 소설 창작에 대한 매력을 느껴왔다는 지스카르 데스탱 前대통령은 지난 85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클로델박물관에서 발견한 시 한편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이 소설은 내년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과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집행위 의장등 정계거물들의 대권(大權)용「홍보서적」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색적이다.
「치밀한 정치동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지스카르 데스탱前대통령은 집권 우파연정에서 제2당인 프랑스민주연합(UDF)을이끌며 내년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어 대(對)국민 이미지 순화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평론가들은 수작은 아니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불필요한 형용사나 부사의 사용이 없는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등 한편의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2백32쪽, 로베르 라퐁출판사刊,98프랑).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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