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고압적 통상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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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동안 잠잠하던 한미(韓美)통상마찰이 소시지와 양담배 두 분야에서 다시 가열되고 있다.美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육류업계가 제출한 청원을 수리,한국 육류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한편 우리 재무부 는 한미 양국이 맺은 양담배교역 양해록의 전면 재조정을 최근 美정부에 요구했다.미국이 우리 국내 육류시장을 조사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했으며,양담배 양해록 개정에 대해 美측은 논의 자체를 기피하 고 있다.
韓美간 「소시지 전쟁」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소시지를 한국측이가열냉장 소시지로 식품분류(食品分類)를 변경한데서 비롯됐다.이변경은 종전 비가열(非加熱)소시지로 위장수입된 것의 잘못을 시정한 것이기 때문에 美측도 비록 유통기간이 단 축되는 불이익을당해도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문제는 이에 자극받은美측이 각종 수입육류의 유통기한을 우리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는데 있다.더구나 美측 요구 가운데는 검역기간을 단축하고 육류판매 대상 을 확대하라는 등 억지가 섞인것도 많다.
특히 여의치 않으면 보복관세(報復關稅)를 부과할 수 있는 美통상법 301조의 발동을 거론하겠다는 시사가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세계무역기구(WTO)의 발족을 눈앞에 두고 일방적분쟁해결 결정이 극히 제한되는 상황을 뻔히 알 면서 이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은 WTO정신을 유린(蹂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육류유통의 개선방안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논의에 응할 태세가 돼있는만큼 미국은 부당한 압력행사를 중지해야 한다.육류시장개방으로 인한 우리 축산과 그 가 공업의 위축을 생각하면 미국은 좀더 사려깊게 행동해야 한다.
한편 6년전에 허겁지겁 타결된 양담배수입 양해록이 美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나머지 적절치 못한 판촉(販促)행위까지 용인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美측은 조속히 협상테이블에 나와이 문제의 선후책을 우리 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美측의 성의있는 반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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