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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탈취범의 5시간 질주 ‘치안 공백’ 누가 책임지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호 10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관계당국에 촉구한다.”

최근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형사 판결문에 ‘관계당국에 촉구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40대 중반의 택시운전사 S씨.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택시에 탄 여대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S씨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더구나 1991년 트럭, 95년 택시, 2004년 승용차를 이용해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거린 인물이었다. 지난해 4월 출소 후 1년 만에 똑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무면허에 성폭행 전과까지 있는 S씨가 택시회사에 채용됐지만 경찰과 지자체, 어느 곳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 ‘흉기’나 다름없는 그가 모는 택시에 탄 여성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6일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도 구멍 나 있는 치안 상황을 보여준다. 경찰이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은 목격자가 신고한 지 30분 뒤였다. 군은 이보다 20분 더 늦게 ‘진돗개 하나’ 경계령을 냈다. 군경이 허둥대는 가운데 괴한의 코란도 승용차는 거침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요금소와 평택~음성고속도로 청북요금소를 거쳐 ‘논스톱’으로.

용의 차량은 사건 발생 5시간 뒤 경기도 화성에서 불에 타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괴한이 총기와 실탄, 수류탄을 갖고 달아났다는 점에서 2차 범행 우려가 엄습했다.

검·경의 미흡한 초동 대처에 대해 “과거 냉전시대 공고했던 군과 경찰의 공조체제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형식화하면서 어느 부분에선가 고장이 나 있는 것”(표창원 경찰대 교수)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국민이 마음놓고 거리를 다닐 수 없는 현실이 계속돼선 안 된다. 탈주범이 잡힐 때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한 차례도 검문검색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19일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한창이다. 후보들이 BBK 사건을, 통일을, 경제를 얘기하는 사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관계당국’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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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대통령선거 부재자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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