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核폐기장 더 늦출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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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말까지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계획을 확정짓겠다는 정부의 공표는 그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을 준다.네군데 원전(原電) 기지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는 쌓여만 가는데 정부의 처분장 건설계획은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한 것이 지금 까지의 상황이었다.연내에 후보지를 선정하고 내년초에 건설계획을 확정짓겠다는 과기처의 결심은 정부가 안면도와 울진.양산등지의 반대시위 충격에서 비로소 깨어나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의 필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박해지고 있다.9基의 원전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中.低準位)폐기물은 연간 약 5천드럼인데 발전소의 임시 저장고는 이미 수용한계에 도달했다.원래 95년말까지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 처분장이 건설되고, 97년말까지 고(高)준위 저장고가 마련돼야 한다.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보통 5~7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착공해도 늦다는 것이 정부의 하소연이다.거기다 우리는 향후 10여년동안 14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야 전력수급에 지장을 받지않게 된다.사정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착공은커녕 후보지도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정말 딱하다.
정부는 지역주민의 이해부족 또는 님비현상을 탓하기 전에 폐기물처분장의 무해성(無害性)을 적극 홍보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는 각종 시혜적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완벽한 안전보장과지역발전에의 기대,이 두가지가 처분장 건설을 원 활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은 선진국의 경우를 봐도 명백하다.혐오시설도 법에 맞게 추진하면 허가해야 하고,주민 반대는 불허(不許)이유가 안된다는 판례(判例)도 있는만큼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이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원전 폐기물처분장 건설이 반대에 봉착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큰 이유지만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소신이 없는 것도 원인이 된다.거기다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하 려는 측면도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것도 합의를 도출하는 정부의노력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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