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졸업시험 實技로 치른다-서울대,국내 첫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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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의대 졸업시험에 정신과환자를 가장한 연극배우가 등장한다.시험을 보는 학생은 횡설수설하는 이 가짜환자를 상담치료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한쪽에선 교수들이 학생의 진료능력 등 환자를 대하는 「솜씨」를 조목조목 체크한다.지난 13일 서 울대병원에서열린 서울대의대 졸업생 시험장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실시된 이같은 평가는 졸업시험에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지금까지는 전달된 지식을 필기시험만으로 평가해 온 결과 졸업후 의사면허증을 갖고도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능력에는 많은의문점이 제기돼 왔다.실제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실려온 만삭의 임신부를 당직의(인턴)가 내과병동에 입원시킨 웃지 못할사례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30년전부터 남캘리포니아대학의 하워드 배러 등이 의대시험에서 실기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에 대한 연구가이뤄져 왔다.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미국연수를 다녀온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 김석화(金石華)교수는 『실기 평가를 학교생활 내내 실시하는미국 의과대학 「학생」들의 환자 대하는 태도는 모든 면에서 정말로 「의사」답고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시험은 6~8주간 훈련받은 모의환자가 시나리오에 따라 역할을수행하고 학생은 모의환자에 대해 면담.진찰등을 직접 시행하며 이를 교수가 항목별로 점수화한다.봉합등 기술적인 문제는 마네킹을 통해 테스트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4분30초내에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기술중의 하나인 봉합 테스트에서 한 바늘도 꿰매지 못한 학생이 3분의 1이나 되었다.
이 평가에 참여했던 교수들은 『학생실습교육에 이렇게 많은 문제점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이 기회를 통해 의대교육에 일대 전환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학생들 역시 『이번 시험이 커다란 자성의 기회가 되었다』며 『3학년 임상실습 때부터 이런 평가를 받아왔더라면 더욱 알찬 수업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진행위원장을 맡았던 소아과 안효섭(安孝燮)교수는 『이러한 평가방법이 앞으로는 의사면허시험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黃世喜의학전문기자. 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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