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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기업들 정치자금 못내겠다 잇따라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대기업들이 잇따라 정치자금 제공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 최대 건설그룹 가운데 하나인 리요네즈 데 조의 제롬 모노회장은 지난 10일『기업들의 정치자금 제공에 관한 법률이 복잡하고 모호하다』면서『정치자금에 관한 분명한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정당에 대한 일체의 기부행위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공사수주와 관련한 윤리강령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건설그룹인 제너럴 데 조 또한 비슷한 선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그런가 하면 프랑스내 6천개 건설업체를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전국건설연합회는 연간 1천5백억프랑(약 2백9 0억달러)에달하는 공공 건설시장에 참여하면서 공사 수주를 위해 일체의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규약을 마련중이다.프랑스 정치인과 정당들의 최대 돈줄로 통하고 있는 건설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타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프랑스 내 각 분야 대기업들의 유사한 선언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선거를 5개월여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기업들이 금전적으로 정치권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에는 무엇보다 최근 들어 정치권과 기업간의 유착 구조가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정치인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에게로 쏠리고 있는데따른 것이다.
올들어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불법정치자금 또는 편익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돼 현직에서 물러난 장관이 3명이나 되는 가운데 통신장비회사인 알카텔 알스톰 그룹의 피에르 쉬아르회장,유리제조그룹인 셍 고뱅의 장 루이 베파사장등이 정 치인들에 대한 뇌물제공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90년 개정된 프랑스의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한 정당에 연 50만프랑(7천5백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게 돼 있으나대기업들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정치인에게 접근,검은 돈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에 정치자금 제공중단을 선언한 리요네즈 데 조의 경우도 자회사를 통해 장관에게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시되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비리의 온상인 정부조달 시장에 대한 감시와 매년 주요 정치인들의 재산상태를 공개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정치자금을 정당에 직접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치 자금법 손질을 추진하는등 여파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터진 봇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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