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자로 본 중국 ⑧ 베이징 카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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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청나라 동치(同治)황제 때인 1864년. 상인 양전인(楊全仁)은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맞은편 전문(前門) 부근에서 닭.오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황궁에서 대량의 오리 주문이 들어왔다. 사용처를 물었다. "황제가 즐겨 먹는 카오야(鴨:오리구이)를 만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황제가 먹는 음식을 일반인에게 팔면 돈이 될 것으로 판단,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全聚德)를 열었다. 가게는 143년이 지난 지금도 전문 그 자리에서 손님을 받고 있다.

'카오야(사진)'는 원래 남부 안후이(安徽) 지역 음식이었다.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건국 초기 난징(南京)을 도읍으로 삼으면서 황실에서 이를 즐겨 먹었고, 베이징으로 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지의 궁중요리로 자리 잡았다.

베이징 카오야 맛의 비결은 오리의 껍질을 얼마나 맛있게 굽느냐에 있다. 오리를 통째로 구운 뒤 껍질만 분리, 이를 밀전병에 싸먹는다. 일반적으로 파.오이 등과 함께 싸서 먹고, 고유의 소스를 묻혀 먹으면 감칠맛을 더한다. 이 음식은 미국.중국 간 국교 정상화의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1971년 7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베이징을 은밀히 방문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과 협상하면서 점심메뉴로 베이징 카오야를 선택했다.

저우 총리는 "매우 특별한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황제 음식"이라며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음식을 먹으며 둘 사이 감정이 통했고, 덕택에 회담이 쉽게 풀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 카오야를 상품화한 취안쥐더는 7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식당그룹으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약 1만4000마리의 오리를 식탁에 올린다. 최근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 거래 첫날 주가가 271%나 올랐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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