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운전면허, 귀금속 공예 … 몽땅 일흔 살 넘어서 배웠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배움에는 나이가 상관없당께. 죽을 때까지 배우고 또 배워야지…."

이승만(사진) 할아버지는 귀도 들리지 않고, 나이는 팔순이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한다. 제4회 평상학습대상 개인학습자 부문 대상을 받은 그는 "평생 배워야 인생이 발전하고, 배우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3세 때부터 청각장애(2급)가 생겼다. 옆에서 말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종이에 질문을 써서 인터뷰했다.

"컴퓨터로 포토샵을 하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은반지도 직접 만들지. 다 일흔이 넘어서 배운 거야."

지금도 평생 직업인 문방구와 인쇄업을 운영하는 이 할아버지가 평생교육에 눈을 뜬 것은 2000년이다. 노인들이 나이 탓을 하며 일도 하지 않고, 소일거리 없이 배회하는 것은 스스로 인생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전남대 평생교육원 자동차교실에 등록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자동차 구조와 부품 이름을 외우며 직접 실습도 했다. 강의 내용을 잘 들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의 노트를 빌려 베끼고, 필담을 주고받으며 배웠다. 그리고 운전면허를 따서 직접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일본어와 동양화, 귀금속 공예, 실내조경도 배웠지. 지금까지 36개 과정을 이수했어."

일주일에 사흘은 전남대 평생교육원에서 보내는 그는 동갑내기 부인과 캠퍼스 커플로 불린다. 광주광역시 도암동 자택에서 전남대까지 손수 운전해 부인과 함께 평생 배움의 열정을 사르고 있다.

평생교육원의 정금숙씨는 "이 할아버지가 한번도 결석하지 않아 젊은이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다"며 "2년간 배운 귀금속 세공 솜씨가 뛰어나 광주지방기능경기대회에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건강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매일 걷기와 좌욕을 한다. 1년에 몇 차례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단다. 그는 "배우는 재미에 빠지면 나이를 잊을 수 있다"며 "3남 1녀의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