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명박 대 반이명박' … 부동층 어느 편 설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명박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백남준 전시를 관람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은 웃었고 이회창은 당혹했고 정동영은 분노했다. 대선의 '마지막 뇌관'으로 불리던 BBK 검찰 수사 발표가 끝난 뒤 빅3 캠프의 표정은 판이했다. BBK 수사는 끝났지만 'BBK 대선 정치'는 계속됐다. 12월 19일까지는 13일 남았다. 11명의 후보는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전선으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긴 '의혹의 터널'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이회창 무소속,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추가됐다고 격앙하고 있다. 반이명박 후보 진영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염두에 둔 '반이명박 투쟁'의 불씨를 살려 가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BBK 13일 전쟁'의 승패는 검찰 발표에 대한 여론의 향배, 특히 부동층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게 선거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후보실에서 검찰의 BBK 수사 발표를 지켜봤다. 함께 TV를 본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부실장, 임재현 수행비서가 "고생하셨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모두들 고생 많았다"고 답했다. 비서실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졌지만 정작 이 후보는 몸을 낮췄다.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표정은 평소보다 더 굳었다.

이 후보는 검찰 발표 직후 주재한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나를 지켜주신 국민께 감사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고생이 매우 심했을 줄로 안다.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매우 다행스럽다"며 "이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은 경선 이후 하나가 됐지만, 이젠 더욱더 하나가 돼야 한다"며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 경제를 살리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선대위는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지방 선대위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공문은 "범여권 BBK 공작의 부당성을 집중 홍보하되 마치 선거에 이긴 듯한 오만하고 교만한 행동은 절대 삼가라"는 내용이다.

강재섭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BBK 사건은 결국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국정 파탄 세력의 정치공작은 통하지 않았다"며 "정치공작 세력은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향해 "아직도 이명박 후보가 '불안한 후보'냐. 더 이상의 고집은 소신이 아니라 아집일 뿐"이라며 "자칫 정권 교체를 막아 역사에 죄를 지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을 그만두고 깨끗이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쓸데없는 요행수나 노리고 출마한 이회창 후보는 모든 명분이 사라진 만큼 원래 위치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6일 열리는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회창 후보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범여권의 'BBK 정치공작'을 규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직자 일부는 점심 식사로 BBK와 발음이 비슷한 'BBQ 치킨'을 배달시켰고, 강 대표는 당 기자실에 피자를 돌렸다.

"결코 오만하지 말라"는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당직자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이명박 대세론이 더욱 굳어졌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