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총학생회장이 선거관리하는 이상한 대학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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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학가도 한차례 선거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대부분 대학들은 2008년을 이끌어 나갈 차기 총학생회장(이하 총학회장)단을 선출한 상태다. 그러나 선거 진행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투표 한 달여 전에 발족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위장) 임명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총학회장이 중선위장을 임명한다는 학교의 현 회칙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된 일은 없지만 충분히 총학생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현 학내 선거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지난 총학회장 측근으로 구성된 차기 후보자 진영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속된 말로 총학이 ‘밀어주는’ 후보자 진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선위장인 총학회장이 선거 유세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선거세칙 위반을 눈감아주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또 일부 대학은 총학회장 뿐 아니라 부총학생회장도 중선부위원장을 동시에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중선위원들이 공정하게 선거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한 쪽 진영이 과도하게 경고를 많이 받아 후보자에서 사퇴하는 일이 생기는 등 소위 ‘힘을 받는’ 쪽 진영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심지어 동국대에는 총학 후보 부정선거와 중선위장 간 유착이 문제돼 한 후보가 사퇴하고 중선위장도 연달아 사퇴,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총학 후보자와 중선위장의 연결성 및 유착이 극단적으로는 선거 자체를 파탄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다. 현재 동국대 총학 선거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그런데도 서울 소재 40개 이상 대학 중 중선위장이 지난 총학회장이 아닌 경우는 겨우 5개 대학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학들은 대부분 선거 세칙에 따라 지난 총학회장이 자동으로 중선위장을 맡게 된다. 말이 지난 총학회장이지, 대부분 대학의 총학회장 임기는 당해년도 12월 말까지이므로 중선위장직을 역임하면서 총학생회장직도 유지하는 것이다. 마치 이번 대선을 위해 발족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노무현 대통령이 맡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대학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는커녕 문제인식조차 부족한 상태다. 학생회 관련자들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더라도 관례상 지켜오던 부분에 쉽게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일반 학생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이라 중선위장이 총학회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에는 중선위원이 구성되었을 때 학내에 그 구성 학생들의 명단과 소속을 확실하고 폭넓게 게시하지 않은 책임자들의 문제도 있다.

성공회대 곽효준 전 총학회장은 “공정성을 위해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중선위 구성과 활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총학이 하는 일은 중선위 구성을 위해 각 학생회 대표들을 소집해 주는 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학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기 위해 총학생회가 견지해야 할 자세를 강조했다.

각 단대 회장 투표로 중선위장을 선출한다는 가톨릭대 김경근 전 총학 정책국장도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제도적으로 분립되어 있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대 서창 캠퍼스, 한국성서대, 한양대 등도 중립을 위해 총학생회장이 중선위장으로 선출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있음을 밝혔다.

손은경 명지대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산학협력으로 작성된 기사로 조인스닷컴의 입장과는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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