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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産室 美 버클리 음악학교 한국음악인 대거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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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인들은 막연히 재능과 창의력만으론 제대로음악을 하는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세련되고 능숙한 음악 감각과눈부신 첨단 기술의 발전이 음악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이러한 의식에 결정적 자극을 준 것은 「버클리」음악학교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재즈음악인들이 보여주는 전혀 다른 질의 음악들이다.
한국 신세대 음악인들은 엄청난 스타이든 무명의 언더그라운드 이든 거의 예외없이 美國 보스턴에 자리한 「버클리」에서 제대로음악공부를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 학교 출신 1세대로 지칭되는 피아노 김광민,기타 한상원,키보드 정원영,베이스와 엔지니어링의 김병찬.이훈석 등이 속속 귀국한 이후 제대로 된 음악교육에 목말라하던 팝음악인들은 『이거다!』싶어 속속 유학을 준비했다.올 가을 새학기 엔 한국 유학생 30여명이 몰려들어 버클리 유학생은 모두 1백명선을 넘게됐다.이 학교의 어느 강의실이나 연습실 혹은 음악작업실에는 동양인이 감초처럼 차지하고 있고 그 대부분은 한국에서 온지 약 1년여된 학생들이어서 낯선 외국학교란 느낌이 들기 어렵다.
미국에서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보스턴 한복판에 자리잡은 버클리 음악학교는 50년대부터 재즈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는 최고이자 첨단의 현대음악 학교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 학교발전의 근본적인 원인은 음악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서 재래식 방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현장 실습적이고 실무적 전문기술을 가르치며 계속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가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배경은 대학 과정의 음악 연구 학교로서 첨단의 기기와 시설을 갖추고 현재 가장 유명하고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이 교수로 초빙되어 학생들과 함께 음악을 연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고성능 컴퓨터,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자악기등 음악전문 작업실이나 녹음실에 갖추어 놓은 복잡한 첨단 음악시설 자체가 이 학교에선 기초적인 장비다.
갖가지 종류와 크기의 연습실에는 70여개국에서 모인 3천여명의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자정 넘어까지 들끓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브라폰 연주자로서 국내에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게리 버튼은 이 학교의 학장으로서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고있었다. 51년 졸업생인 음악 제작의 달인 퀸시 존스를 비롯,퓨전 기타의 명수 알디 메올라,세계3대 퓨전 키보드주자로 꼽히는 조 자비뉼과 얀 해머,속주 기타의 귀재 스티브 바이,재즈 섹서폰의 브랜포드 마살리스,그룹「스틸리 댄」의 도널드 파 겐 등 쟁쟁한 연주자들이 이곳을 거쳐갔다.또 최근엔 팝스타 스팅,정통 재즈 베이스 레이 브라운,보스 스피커의 창시자 에이머 보스 등 거물들이 특강에 나서 값진 경험을 제공했다.
이 학교 출신들이 성공의 결실을 잘 맺는 결정적 이유는 전세계의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버클리 커넥션」때문이다.
이 학교 출신들은 음악계의 작곡.연주.편곡.녹음.제작.매니지먼트 등 각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전문적인 재능으로 활약하고 있다. 단순히 연주.작곡.편곡 등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제작및 공학(MP & E),음반및 공연 매니지먼트,뮤직비디오와영화음악 제작,음향합성과 음악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기술을 배울수 있다는 점은 이 학교만이 갖는 강점이다.
게리 버튼 학장은 이 학교 특유의 장점을 『개인적인 창의성을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학교 환경과 고급 실력을 갖춘 동료들과 손쉽게 앙상블을 이룰수 있는 기회』라고 꼽는다.
내년 창설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이 학교는 철저하게 실무형 음악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으로 줄줄이대가들을 배출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대중음악도 어깨너머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우리 음악인들은 한국에서도「버클리」학파를 조성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연히 중간고사 실연 시험중에 만난 그룹「다섯손가락」의 리더이두헌은 『원래 작곡을 공부하려고 했으나 공부하다보니 생각이 바뀌어 재즈 기타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헌은 『이 학교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매우 높다』며 『국내에서 웬만한 수준에 오른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차원의 음악을 우리에게 심어주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보스턴=蔡奎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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