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의 평양길 北 UEP 파고 넘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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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10면

3일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에 간다. 지난 10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로키(low-key)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과 다룰 핵심 사안을 분명히 제시하고, 군부 인사들을 만날 의사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 주말 6자회담의 개최 여부, 북핵 프로세스가 속도를 내느냐, 다시 동면에 빠지느냐가

그의 평양길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에 체류 중인 그는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성실한 신고 필요성을 셀 수 없이 강조했다. 1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강연에선 “북한이 UEP 관련 설비나 자재를 도입한,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며 “북한이 이야기를 해야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북에 앞서 던진 메시지인 셈이다. UEP는 2002년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에게 UEP 핵개발 시도를 추궁하면서 빚어진 2차 북핵 위기의 핵심 사항이다. 5년이 지난 지금 미 의회와 행정부 내 일각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힐 차관보로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가 된 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문제도 이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게 현재 분위기다.

북한은 10·3 합의에 따른 북한 측 의무사항 가운데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현장을 참관하고 돌아온 한·미 당국자들의 평가다. 문제는 핵 프로그램 신고. 그동안 만들어낸 플루토늄의 총량 신고도 있지만, UEP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의 요구는 북한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과거와 현재·미래의 조치를 자진 설명하라는 것이다. 러시아도 ‘엄격한 신고’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은 UEP 장비 가운데 고강도 알루미늄관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 제작에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원심분리기의 존재는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2년 9월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침없이 고백했다 예기치 않은 역풍을 맞았다. 따라서 북한이 소극적 신고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힐이 군부를 접촉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6자회담이 교착될 때마다 남측에 “군부가 반대하기 때문에”란 말을 많이 해왔다고 한다.

북한은 힐 방북 후 핵프로그램 1차 신고서를 의장국 중국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말께로 추진되는 6자회담은 2단계 조치를 매듭짓고, 내년 핵폐기의 3단계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지를 측량해볼 수 있는 시험대다. 회담 참가국들은 UEP신고와 별도로,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에 대해선 일단 후한 평가를 내릴 것 같다.

▶지난 주

26일 사르코지-후진타오 정상회담 (베이징)
27~29일 남북 국방장관 회담(평양)
28일 중국 미사일 구축함 도쿄 입항

▶이번 주

3~6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방미
6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교장관 회담
8~9일 유럽-아프리카 정상회의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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