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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부도율 산정방식 전면 수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부도율 상승과 기업의 자금난(難)은 관계가 없다?』 금리와부도율은 같이 오르내린다는게 상식이지만 요즘 따로 노는 「상식밖의 일」이 계속 벌어지자 골머리를 앓던 한국은행이 마침내 아예 부도율 산정 방식을 새로 고안해 내려 하고 있다.이미 발표된 대로 자금사정이 좋다던 10월 중의 어음 부도율을 막상 파악하고 보니 서울지역은 82년 李.張사건 이후 가장 높은 0.
13%를 기록했고 전국부도율도 0.19%까지 높아졌다.
한은측은 이같은 현상이 근본적으로 급속한 산업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지만,이밖에도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지금의 어음부도율은 중요한 자금지표로 삼기에 너무 「왜곡」됐다고판단,이번 기회에 부도율 산정 방식을 바꿔 「오 해」를 없애야한다는 생각이다.
부도 사태를 은폐하려 한다는 또다른 「오해」를 살까봐 대놓고밝히지는 못하지만 한은은 이미 내부적으로 금융결제원을 통해 새부도지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까지의 한은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부도율을 ▲개인.자영업자가 주로 쓰는 가계수표 ▲은행이발행하는 자기앞수표 ▲기업이 주로 쓰는 당좌수표.어음등 세가지부문으로 나눠 집계.발표할 것을 검토중이다.
물론 이 세가지 부도중 기업부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일본처럼 부도업체 수만 공개하거나 독일처럼 부도업체율(전체기업중 부도업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집계하는 방안도곰곰 따져보고 있다.
이같은 방법들을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의 부도율을 끌어올리고있는 가계수표 부도 사태는 기업 부도와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나 개인이 주로 쓰는 가계수표는 올들어 난맥상을 보여 9월까지 평균 부도율이 2.49%로 작년 같은 기간의 1.33%보다 크게 높아졌다.이에 따라 전체 어음 부도에서 가계수표 부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금융실명제 실시전 에는 1%를 밑돌았으나 올 1.4분기에는 14%,최근에는 18%대로 치솟고 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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