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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건설한국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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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성수대교의 붕괴는 국제사회에 묘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뉴욕타임스는 두부모처럼 잘려나간 볼썽사나운 전경을 1면 상단에 사진만 덩그랗게 실었었다.말이 필요없는「현대판 몬도가네」의 메시지였다. 97년 건설시장개방을 기다리는 벡텔등 국제건설 거인들의야릇한 미소는 그러려니 접어두자.10년새 8번째 다리붕괴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을 성장모델로 삼아왔던 개도국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고성장에 가려진 졸속,의아스런 안전기준은 「성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이래저래 한국은 귀중한 모델이다.
해외건설은 한때「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한국업체들이 해외에건설한 시설물의 질(質)은 평가를 받고 있다.해외공사와 국내공사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수출품 따로,내수품 따로」인 수출한국의 묵은 고질의 연장이다.건설공사는 설계-시공-감리의 3단계다.해외건설의 경우 설계와 감리는 발주측 소관이고 우리는 엄격한 관리와 감리아래 주로시공만 한다.
완벽한 시공을 위해 국내의 물적.인적자원이 총동원된다.그 결과 국내공사에서는 인력도 자재도 열악해지는「공동화」를 빚는다.
부실의 원인이다.해외건설은 현재 전체 건설수주의 12%다.민간주택건설이 정체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수주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진다.공공건설은 최소한 20%를 선금으로 받아 자금회전이 원활하다.또 실적을 자꾸 쌓아야 장래의 수주에 유리하다.한국의 건설시장은 가장 보호된 시장의 하나다.「한국적 부패구조」가 여기에 끼어든다.
국내공사의 설계는 업체들이 긍지를 내세워 외부 의존을 않으려한다.정부는 최저입찰가를 고집하고 인건비와 자재비단가를 턱없이낮게 매긴다.
업체들은 앞날을 생각해 적자를 무릅쓰고 중도설계변경과 공기단축,싼자재와 무자격하청도 마다 않는다.
부실을 가려야 할 감리 또한 뇌물등으로 눈가림에 그친다.특히한국의 감리기술은「위험할 정도의 저개발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업계에만 돌을 던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쟁력은 흔히 무역흑자로 통한다.그러나 국민생활의 질향상으로이어지지 않으면 그 흑자도,경쟁력도 의미가 없어진다.『국민생활의 질과 안전에 주력하겠다』는 수출한국의 때늦은 각성은 성장가도의 개도국들에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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