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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91년 작가회의서 제명된 김지하 시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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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 宋基淑)가 오는 19일의 창립2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준비해온 김지하시인의 회원자격 회복 작업이 김씨의 이의 제기로 성사되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91년 학생들의 잇따른 분신에 대해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는 제목의 글을 한 일간지에 게재하면서 작가회의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었다.
김씨의 회원자격 회복은 19일 새로운 민족문학의 진로를 제시하는「민족문학 선언문」을 채택키로 한 작가회의가 80년대 이념대립으로 분열된 문단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추진해왔다.
그러나 김씨는 작가회의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작가회의에서 회원자격을 회복시킨다 해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작가회의에서 회원자격을 회복시키는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있는 걸로 들었다.이번 기회에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다.
▲나는 애당초 내 손으로 작가회의에 가입한 적이 없다.감옥안에 있을 때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회원으로 올렸다.91년에 제명한다고 했을 때도 가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앞으로도 되도록이면 작가회의는 물론 다른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을 작정이다.조용히 글을 쓰고 싶다.
-91년까지 사실상 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작가회의와 관련된 일을 한적이 두번 있었는데 서울에서 세계펜클럽대회가 열렸을 때 시인 김남주(金南柱)구명운동 메시지를 읽은 것과「민중문학의 형식」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을 한 것이 그것이다.둘다 회원자격으로 한 것이 아니라 초청의 형식을 띠었던것이다.정규적인 회원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작가회의에서 맹렬히 비난했던 91년 기고에 대해서도 그때와 같은 입장인가.
▲91년은 젊은이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랐을 때다.나는 그때 생명사상을 내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정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제 생명을 끊는 것은 안된다는 얘기였다.운동은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운동이어야한다.지금도 그 입장 에는 변함이없다.작가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정론을 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회의에서 새로운 민족문학 선언문을 채택한다고 들었는데 민족문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폐쇄적 민족주의 반대 ▲폐쇄적인 민족주의는 반대한다.이것은 국력이 신장되면 제국주의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민족문화의앙양은 인류애에 기반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때 가능하다.문학도 마찬가지다.
세계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의 증오를 자극하는 방어적 민족주의는 지양돼야 한다.전술적으로 문학을 다루는 것에도 반대한다.
작가에게 문학은 목적이어야 한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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