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영화주식 무리한 매각 투자자들 등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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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증권계에선 민영화대상인 일본담배산업(JT)주식의 대량실권으로 민영화주식의 매각방법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JT는 우리나라에도 「세븐일레븐」담배로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지난달말 주식공개와 함께 상장됐다.
그러나 일반공모로 내놓은 주식 3분의 2가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매각이 취소되면서 JT의 민영화는 출발부터 체면을 구기게 된 것. 일본의 공기업 민영화방식은 매각주식의 일부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먼저 경쟁입찰에 부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정해 일반에 매각하는 2단계로 이뤄진다.
문제는 공모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국고수입 증대만을 생각하는대장성이 무리하게 매출가격을 높였다는 점이다.
대장성이 정한 공모가격은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1주당1백43만8천엔(약 1천1백50만원).JT주식에 대한 일반공모신청이 매각주식수량의 18배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자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내자는 식으로 값을 올렸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대장성이 공모가격에 대한 논의자체를 사전에 봉쇄했다는 점이다.일본의 증권분석가들은 당초 적정한 공모가를 최저 70만엔에서 최대 1백8만엔까지로 잡았었다.
그러나 대장성은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이른바 「행정지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배포된 매출가격 산정근거외에 각 증권사가 자체분석한 적정가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결국 투자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당국이 정해준 가격에 매입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결과는 「투자자들의 반란」「무언(無言)의 항의」라는 말 그대로 대량실권으로 나타났다.시장원리를 무시한 당국의 처사에 비전문가인 소액투자자들은 「행동」으로 시장(市場)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일본의 증권분석가들은 이번 JT민영화에서 나타난 무리수는 증권회사와 투자자,나아가 시장자체에 대한 대장성의 불신(不信)과과보호(過保護)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민간업자나 투자자들을 믿지 못하겠으니 당국이 알아서 정해준대로 따 르라는 식이다. 시장에 대한 불신은 규제를 낳고 규제는 거꾸로 시장의 건전한 발달을 막는다는 사실을 이번 JT사례는 여실히 보여준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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