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장성, 법정 탈출해 무력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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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9일 필리핀 반군이 점거하고 있는 마닐라 금융가의 페닌슐라 호텔을 정부군이 에워싸고 있다. 호텔을 장악한 반군 30여 명은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군부의 지지 철회를 요구하다 장갑차를 앞세운 정부군 진압이 시작되자 투항했다. [마닐라 AFP=연합뉴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이 29일 마닐라 시내의 호텔을 점거한 채 정부군과 대치하다 6시간 만에 투항했다.

2003년 반정부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로 이날 재판을 받고 있던 다닐로 림 준장과 안토니오 트릴랴네스 상원의원 등 10여 명은 재판정을 뛰쳐나와 무장한 지지자들과 함께 반정부 가두시위를 벌인 뒤 호텔에 난입했다. 호텔을 점거한 사람 중에는 법원 방청객 10여 명과 경비를 맡고 있던 무장 경비원이 포함돼 있었다고 AFP통신이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무력 시위를 주도한 림 준장은 성명서를 통해 "아로요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집권을 종식하기 위해 군부는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군의 동참을 촉구했다.

반군 측의 움직임은 소규모였으나 조직적이었다. 반군을 지지하는 일부 퇴역 장교와 야당 지도자들은 제3의 피플파워를 겨냥, 전화통화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띄우며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야당과 반군 측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마닐라 시민들이여, 페닌슐라 호텔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도 띄웠다.

정부는 군병력 1500명을 긴급 투입, 호텔을 에워싸고 투항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반군이 호텔 출입구를 막고 대항하자 최루탄을 쏜 뒤 장갑차로 호텔 정문을 부수며 진압에 들어갔다. 반군 측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순순히 연행에 응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필리핀에서는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난 이후 십여 차례의 쿠데타 기도가 발생하는 등 정정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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