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두바이 노선 증편에 얽힌 '국익의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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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자국 항공사의 인천~두바이간 노선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을 놓고 산업자원부·외교통상부와 건설교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산자부와 외교부는 국산고등훈련기 T-50을 UAE에 팔기 위해서는 노선을 늘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교부는 국내 항공사들의 피해가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UAE는 자국이 고등훈련기로 사용할 비행기로 한국의 T-50과 이탈리아의 M-346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도입기종은 내년 초에 결정할 예정이다. 계약규모는 10억달러(약 9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훈 건교부 국제항공팀장은 28일 "UAE 요청으로 29일부터 이틀간 서울서 열릴 항공회담에서 UAE는 아랍에미리트항공(EK)의 운항횟수를 지금의 2,3배로 늘려줄 것으로 요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K는 현재 인천~두바이를 매일 1회씩 운항 중이다. 국내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이 주 3회 이 노선을 운항중이다.

이에 대해 T-50 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자부와 외교부는 "T-50 판매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증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교부 이 팀장은 "증편 허용하면 EK를 이용, 두바이로 간 뒤 그곳에서 유럽행 항공기로 갈아타는 승객이 크게 늘 것"이라며 "T-50판매를 위해 국내항공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증편에 반대했다.

산자부·외교부와 건교부 고위관계자들은 최근까지 증편에 대해 논의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교부 관계자는 "산자부와 외교부가 증편을 허용하지 않아서 T-50판매에 실패한다면 건교부가 책임지겠느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자부 남기만 기계항공팀장은 "UAE측 요구사항을 해당부처인 건교부에 전달했을뿐 이견을 보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내항공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이창우 부장은 "인천~두바이간 수요는 연간 4만5000명선으로 객관적으로는 왕복 2회 운항이면 충분하다"며 "그런데도 EK가 증편을 요구하는 것은 유럽 을 싸게 가려는 국내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을 출발하는 EK 승객의 60~70%는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기위해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승객이다. 대한항공은 EK가 하루 2회로 증편만되도 대한항공의 유럽노선 영업 손실이 연간 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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