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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걸리면 끝장' 검사 앞에서 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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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7일 창녕군수 후보 4명이 공명선거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진 기자]

"이번 선거에선 정말로 '걸리면 끝장'이라는 검찰 의지를 나타내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7일 경남 창녕군청 전자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범죄 단속 특별간담회. 다음달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창녕군수 보권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4명은 창원지검 밀양지청 공안담당 서상철 검사의 말을 듣는 순간 긴장했다. 서 검사는 "오늘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수사계장과 수사관 1명을 창녕군에 상주시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선거사범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 후보들의 선거범죄에 관한 정보를 주면 적극 수사하겠다"는 당부까지 했다. 이어 경찰관 정복을 입고 나온 김병구 창녕 경찰서장도 "경찰의 비장한 각오를 전달하려고 일부러 예복을 입었다. 이번 선거만큼은 제 명예를 걸고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공명선거 관련 간담회인줄 알고 나왔던 후보자들은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의 예상 밖의 강도 높은 발언에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창녕 군민들은 1년6개월여 만에 군수 선거를 세 번이나 치러야 한다. 지난해 민선 4기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두 명의 군수가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았다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는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군수를 뽑자는 의미에서 창녕군 선관위가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성익경 창녕군선관위원장, 공안검사, 경찰서장, 경남도선관위 조사담당관,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관 등 단속기관 관계자 10여 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4명의 후보자와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 40여 명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성익경 창녕군 선관위원장은 "창녕의 선거문화는 금품과 향응이 당락을 좌우하고 비방.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군민들의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된 선거관행을 바로잡아 달라고 후보들에게 당부했다.

4명의 후보들은 공명선거 실천 결의문과 메니페스토 실천협약문에 서명한 뒤 '위대한 한국을 만드는 힘-매니페스토'라는 영상물을 관람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후보들은 참석자들과 악수도 나누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후보는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책선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머리를 저었다.

창녕군 선관위는 30일과 다음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창녕군내 14개 읍.면.동 이장, 새마을지도자, 학교운영위원장, 노인회장, 주민자치위원 등 400여 명을 모아놓고 같은 내용을 교육시킨다. 김영대 밀양지청장이 돈을 받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직접 설명한다.

다음달 19일 치러지는 창녕군수 선거관리비용은 2억6000만원. 이번에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적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는 8억7000만원, 지난해 10월 25일 실시된 보궐선거 때는 5억여원이 들었다. 창녕군내에서 길이 30m, 폭 8m 규모의 다리 건설 비용은 8억여원. 세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다리 두 개를 놓을 비용이 날아간 셈이다.

창녕군 선관위 석종근 지도계장은 "오죽했으면 후보들을 불러 '협박'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창녕군 선관위는 선거부정감시단원 70명을 뽑아 집중단속에 나섰다. 채증활동 강화를 위해 동영상 촬영법도 교육시켰다. 창녕군은 한나라당조차 잡음이 날까봐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정도로 '사고지역'으로 꼽힌다.

창녕=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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