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사 뇌물사슬 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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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러 측면에서 흘러 나오는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뒷소식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하는 것들이 많다.건설공사가 애당초 기본 설계도(設計圖)도 없이 시작됐고,다리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용접 불량에 있다는 조사 보고가 나왔다.아직도 11개의 한강 다리가위험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특히 국민의 경악을 산 것은 건설현장의 뇌물사슬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고 깊다는 것이다.
돈을 집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된다는 얘기는 모두 알고 있으나 언론 보도대로 공사 단계마다 이른바「수금(收金)」이 행해질 정도로 공사 관행이 부패돼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뇌물을요구하는 부류도 건설공사와 관련된 공무원 뿐 아 니라 경찰.깡패,심지어 사이비기자까지 끼여 있다.부패 사회의 축도(縮圖)를보는 것 같다.
가장 큰 뇌물은 발주(發注)및 입찰 단계에서 수수(收受)되는데 공사비의 10%가 떨어져 나간다.공정마다 뇌물로 나가고,하청 단계마다 챙기는 수수료를 합하면 40~50%나 된다.결국 공사는 낙찰가의 절반으로 이루어지니 부실공사가 안 될 수 없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 뇌물사슬을 척결하지 않는한「부실공사추방 원년의 해」라는 구호는 빛좋은 개살구 밖에 안된다.
건설비리의 척결은 우리의 건설업이 지금 어떤 내외상황에 처해있는가를 성찰(省察)하면 금방 그 중대성을 깨닫게 된다.구태여국민의 분노나 집권당의 타격을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우리 건설업은 지금 질(質)로 세계적 무한 경쟁의 시대 에 도전해야할 막중한 과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또 중동(中東)건설시장의 침체로 인한 건설수요 감퇴를 극복하고 세계 건설수요 폭발이라는 제2의 황금기를 맞을 채비를 할 때다.
이런 때에 뇌물사슬에 얽혀 허덕이고 대형참사를 낳는 부실공사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우리 건설업을 누가 이 꼴로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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