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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재즈 100년으로의 '시간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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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모르면 대화에 끼어들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그만큼 대중문화의 힘이 커졌다는 증거다.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몇년 전만 해도 재즈를 모르면 '문화인' 행세를 하기 어려웠다. 재즈 전문 카페가 성업을 이뤘고, 관련 음반.서적도 다수 선보였다. 요즘 불고 있는 와인 붐처럼….

하지만 재즈의 진가를 제대로 음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번 거세게 일어났다 지나가는 유행병처럼 재즈를 대했던 건 아닐까. 그렇다고 전문가의 식견을 갖추기란 간단치 않은 일, 풍부한 시각 자료와 자상한 해설이 달려 있는 '재즈의 유혹'은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재즈의 ABC를 알아보는 입문서로 적합하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거니와 영상 세대 독자를 겨냥한 듯 편집 또한 입체적이라 시간나는 대로 책장을 넘겨도 무방하다.

신간은 1백여년에 이르는 재즈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안내한다. 그간 태어난 수많은 뮤지션과 명곡들, 그리고 뒷얘기 등을 고루 섞어 작은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겨웠던 고향을 떠나 낯선 미국 땅에 강제로 이송돼온 흑인 노예들이 자신들의 고단함을 잊으려고 흥얼대며 시작됐던 재즈가 20세기 대중음악의 주요 장르로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이 요령 있게 정리됐다. 루이 암스트롱.빌리 홀리데이.쳇 베이커.펫 메스니 등 다양한 이력의 연주자도 만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이 거짓은 아닐 듯싶다. 물론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직접 음악을 듣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재즈의 유혹'은 '예술의 유혹'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이번에 함께 발간된 오페라 편 외에도 미술.건축.디자인.사진.패션.영화.연극.음악 편이 서점에 나와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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