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22] '엄지 전쟁'도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26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홈페이지의 'MB 화이팅' 코너엔 지지자들이 문자메시지(SMS)로 보낸 응원의 글이 잇달아 올랐다. '당선돼서 국민을 잘살게 해 달라' '김경준에게 속지 말자'는 내용이 보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홈페이지에도 '통일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올렸지만 27일부터는 각 후보 진영이 직접 '엄지족' 표밭 갈이에 나선다.

유권자에게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대로 유권자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쌍방향 휴대전화 유세'에 총력전을 펼친다. 예전처럼 대규모 군중대회를 여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선거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에 4300만 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됐고 3700만여 명에 달하는 유권자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부터 후보 측은 지지자들에게 SMS를 보낼 수 있고 후보를 상징하는 휴대전화 연결음(컬러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휴대전화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살포할 수 없다. 현행 선거법은 SMS를 한 번에 여러 사람에게 전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비용 부담이 크다. 인터넷 e-메일은 공짜지만 SMS는 건당 30원,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 있는 멀티미디어 메시지(MMS)는 건당 100원이 든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열성 지지자들이 자비로 여러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안을 짜냈다. 2002년 대선 하루 전 노무현 당시 후보와 단일화했던 정몽준 의원이 지지를 철회했을 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문자와 인터넷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했던 것과 엇비슷한 전략이다. 물론 기법은 당시보다 더 발전했다. 이명박 후보 측은 27일 홈페이지에 '모바일 중계 시스템'을 선보인다. 홈페이지에 후보 관련 기사나 동영상을 올려놓고 지지자들이 스스로 친구 등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당 선대위의 정창교 모바일위원회 부본부장은 "정 후보가 유권자들과 동영상 통화를 하고 지지자들이 보내는 SMS에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 측은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트(UCC) 홍보에 집중한다.

김원배 기자

◆엄지족=문자메시지를 많이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키보드로 입력할 때 열 손가락을 다 쓰는 것과 달리 휴대전화로 문자를 입력할 때는 엄지손가락을 많이 쓰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