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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출범20개월-김대통령 집권중반 內實다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민정부로 출범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임기가 26일로 3분의 1(20개월)이 지나갔다.집권 초반기에 대한 공(功)과 과(過)가 엇갈리지만 金대통령의 심기는 요즘 한동안 착잡했다.
측근들은『요즘처럼 金대통령을 뵙기 민망한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그만큼 金대통령은 고뇌에 차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집권 중반기가 시작되는 27일 오전5시15분 여느때처럼 일어나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4㎞를 조깅했다.
26일에는 수석들에게『새출발하는 기분으로 다시 뛰자』고 격려했다.지난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피해왔던 공식일정도 27일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연설을 시작으로 재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대통령이 다시 의욕을 되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엽기적 살인사건에다 인천 세무비리사건 등의 충격파가 어느정도 가라앉고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심기일전해 집권 중반기로 치달아 가려했던 구상이성수대교 붕괴사건과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으로 주춤했지 만 착잡한 심경을 추스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요즘 대통령 혼자서 생각에 잠겨있는 때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金대통령은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나름의 통치 스타일을 굳혔다고도 볼 수 있다.사건이 터지면 으레 개각으로 연결됐던 수십년의 관행을 특유의 버티기로 뿌리쳤다.인책된 경우는 인천세무비리사건과 관련,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과 이원종(李元 鐘)서울시장뿐이다.그나마 崔시장은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내무장관의 인책요구에 밀리지 않았으며 이영덕(李榮德)국무총리의 사표를 3일만에 반려했다.「대형사고 발생=관계장관 경질」의 구도는 과거 군사정권 대통령의 정통성이 약해 그 책임을 장관에게 돌림으로써 대통령에게 쏠리 는 비난을 피해보려는 얕은 술수에 볼과하다는 것이 金대통령의 생각이다.따라서 중반기를 시작하는 金대통령의 각오는「현란한 구호보다는 내실을 기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한 고위관계자는『집권 초반에는큰 구도속에 방향을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뛴 시기라면 집권 중반에는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성(金日成)의 사망이나 경제 활성화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오히려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 내각과 참모들의 반성도 뒤따르고 있다.개혁도 그렇다.초반기에는 공직자 재산등록.군(軍)내부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 실시.각 종 행정규제완화.정치개혁입법 처리등 굵직굵직한 개혁방안을 내놓아 국민들을깜짝깜짝 놀라게 했지만 앞으로는 차분하게 질서와 생활개혁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개혁을 하나하나 챙기겠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의 과거에 대한 개탄도 방향이 바뀔 조짐이 나타난다.
『개혁의 성과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아쉬움과『온갖 비리나사고는 과거 정권에서 누적돼오다 터진 것』이라는 식의 과거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책임을『저의 부덕(不德)의 소치』라고 했으며,총리 사표반려에 대한 야당이나 일부 비판시각을 의식한 듯『사표반려는 저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네 탓」이 아니라「내 탓」으로 돌렸다.과거에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전환했다.
앞으로의 시기는 집권 초반보다 훨씬 돌출변수가 많을 것이다.
내년 4대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대폭적인 당정개편과 민자당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고,96년 5월18일에는 15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모두 정국의 방향타를 뒤흔들어 놓을만한 큰 정치현안들이다.金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중반기의 업적에 달려있다.
이제부터는 국민이 새정부의 과오를 과거의 잘못만으로 인식해주지 않는다.金대통령의 새출발 각오가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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