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어만 쓰는 국산 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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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화 시대에 영어로만 쓴 담뱃갑을 디자인했다고 흉볼 생각은없다.더구나 일본(日本)담배와의 치열한 판매경쟁을 위해 외국담배같은 디자인으로 맞상대해야겠다는 발상(發想)도 크게 나무랄 바는 못된다.
그러나 한국담배인삼공사라면 정부 출자기관이다.아무리 국제화고치열한 결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술이라지만 수출전략상품도 아닌것을 전부 영어로만 표기해서 한국인을 상대로 판다는게 석연치 않다.국내에서 팔고 있는 한국담배의 대표격인 담배「THIS」디자인이 전부 영어로만 표기되었다는게 애연가들 입장에서도 뭔가 불만스럽다.외국담배처럼 보이면 더 잘 팔릴 것이라는 판매발상은곧 한국인 스스로를 깔보는 심리적 동인(動因)이 작용한게 아닌가. 지금 외제담배의 국내시장 허용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외제담배의 본격 개방이 6년째 접어들었지만시장점유율이 아직도 8.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이는 우리네애연가들이 얼마나 국산담배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 는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수치다.유독 국산담배 맛이 월등하고 덜 유해하다는 과학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단지 「국산」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국산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애연가들을 상대로 영어로 표기만하면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게 올바른 자세인가.영어 디자인으로 국산담배 애호가들을 능멸할 것이 아니라 질(質)좋은 담배로 이들에게보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게 담배인삼공사가 해야할 일이다.그런데도 영어로 디자인한 새 담배를 내놓고서는 기존 담배의 질을떨어뜨려 사실상 값이나 올리는 식의 얕은 상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담배인삼공사는 애연가들의 국산품 장려정신을 이용하려들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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