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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사내들의 액션 쾌감 - 히트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호 14면

어릴 적부터 격리되어 킬러로 훈련 받은 ‘No. 47’(티모시 올리펀트)은 비밀 에이전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그가 새로 받은 지령은 대통령 벨리코프를 공공 장소에서 살해하라는 것.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실패도 모르는 그는 언제나처럼 정확하게 벨리코프를 암살하지만 뜻밖의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목격자 니카(올가 쿠릴렌코)는 알고 보니 벨리코프의 정부고, 이마에 총을 맞은 벨리코프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몇 년 동안 ‘No. 47’을 추적해 온 인터폴 마이크(더그레이 스콧)도 그물망을 좁혀 온다.

‘히트맨’은 2000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동명의 비디오 게임이 원작이다. ‘하우스 오브 데드’ ‘사일런트 힐’처럼 게임을 각색한 영화는 대부분 그래픽을 포함한 액션과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어 차라리 게임을 하지 왜 영화를 보는 걸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곤 했다. 그 점을 의식했는지 ‘히트맨’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자신이 표적이 되어 버린 암살자, 그를 쫓는 다수의 추적자, 표적이었다가 동반자로 바뀐 여인과의 사랑까지. 그 때문에 게임 팬들은 오히려 실망할지도 모른다. 구구절절 스토리를 풀어놓기에 바빠 게임의 잔혹한 액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도중 게임 ‘히트맨’을 플레이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애교라기보다는 변명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기계처럼 몸을 다듬은 남자들이 벌이는 몇 번의 액션은 시각적인 쾌감을 줄 만하다. 존재 자체가 무기인 사내들이 일제히 장검을 두 개씩 뽑아 들고 좁은 기차 안에서 뒤엉키는 싸움,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기차역 통로 안에서 벌어지는 맨손의 격투, 화려한 조명에 소형 폭탄까지 동원한 무기 밀매 거래 장소에서의 액션은 아무 생각 없이 한순간 빠져들게 된다. 정교하고 힘이 넘친다. 물론 영화에선 드라마가 중요하다.

그러나 ‘히트맨’은 부실한 드라마는 장애물만 되니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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