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선' 한복판에 선 임채진 해법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 [사진=김경빈 기자]

임채진(55.1977년 사법시험 19회 합격) 신임 검찰총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2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임 총장은 26일 공식 취임한다. 임 총장은 자신을 보좌할 새 진용도 갖췄다.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권재진(54.사시 20회) 대구고검장이, 서울고검장에 박영수(55.사시 20회) 대전고검장이 각각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명동성(55.사시 20회) 광주고검장이 임명됐다. 안영욱(52.사시 19회)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 총장의 앞에는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는 BBK 의혹 사건, 삼성그룹의 비자금 및 불법 로비 의혹, 대선 후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가 놓여 있다. '검선'(檢選.검찰의 선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BBK 사건은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에 따라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때 전임 정상명 총장이 대선 후보 등록일(25, 26일)까지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고 임 신임 총장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제 공은 임 총장에게 넘어 왔다. 검찰은 김경준씨에 대한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5일까지 김씨를 기소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수사 결과는 대선 전에 나온다는 얘기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를 임 총장은 선택해야 한다. 임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수사 결과 발표 시기는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할 문제다. 시기는 확정을 하지 못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결과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사건에선 임 총장이 로비 대상 검사에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전임 정상명 총장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꾸려 놓고 떠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선 특별검사법을 도입해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법이 확정되더라도 수사 개시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검찰에 있다. 이 기간 동안 검찰은 명예 회복을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경영권 승계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임 총장에 대한 평가는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국민이 신뢰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김승현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