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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동경증시 구조적 문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외국기업의 자산규모 완화.설립연수 단축.일본어 보고서 폐지-. 일본 주식시장에 바람이 빠지면서 외국기업들이 속속 빠져나가자 정부당국이 동경(東京)증권거래소 외국주식부의 각종 규제완화에 나서는등 부양책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 고민중이다.이를 반영하듯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외국주식거래 는 일취월장,일본기업 주식거래액만 올상반기중 7조엔에 달하고 있다.이는같은 기간 오사카증권거래소의 거래규모에 필적하는 것.다시 말해오사카증권거래소 하나가 런던으로 도망간 셈이다.결국 14개 증권회사 가운데 노무라등 3개사를 뺀 11개사의 지난 9월결산은적자로 끝났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일본(日本)증시의 장기 침체가 규제완화로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이런 가운데일부 증시전문가들이 日증시가 오랫동안 형성해온 구질서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의 증시안정기금과 같은 성격인PKO(주가안정조작)의 존재다.일본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곧잘 은행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그 수단이 바로 공적 자금인 우편저금.간이보험.공공연금등.93년도에 은행 주가 10.1% 상승,평균인 9.2%를 앞선 것은 이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은행주중 50%를 확보,최대 보유주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들이 은행주 매각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자금이 부족해진 기업들이 손쉽게 현금을 얻을 수있기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PKO는 역부족에 빠지게 되고 시장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던 은행주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해 중요한 것이 기업들의 주식상호보유제 붕괴 조짐이다. 기업들은 현재 거래 은행수를 줄임과 동시에 관계가 끝난 은행주의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있다.지난해만도 주요 1백개사가 21개 은행주식 가운데 9천9백67만주를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자신도 매도자로 변신중.대부분의 은행들이 버블붕괴로 인해 안게 된 다량의 불량채권 상각에 보유주식 매각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면서 안정주주 노릇을 해왔다.이로 인해 일본의 은행 수익률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때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 개방.금리자유화등으로 수익은 더욱 압박받을 게 틀림없다.결국 은행들의 영리기업 지향은 피할 수 없어 단순한 안정주주 역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셋째는 큰손인 생명보험들.일본의 금융상품은 주식보다 금리상품에 투자하는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태가 이미 5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버블이 붕괴된 90년이후 생보사들이 연간 1천억엔씩 주식을 매각하고 대신 채권매입에 나서고 있는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포트폴리오(자산구성)로 볼 때도 주식은 이미 25%를 차지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생보사들의 판단이다.
마지막 으로는 국영기업 민영화에 따른 대기매물이 잠재적 과잉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日정부는 이달 27일에 일본담배(JT)를,그리고 내년 2월에는 西일본여객철도(JR西일본)를 상장한다.
이들 두 회사가 주식공모로 시장에서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은 약 1조5천5백억엔.시장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규모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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