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저질코미디 뺨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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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 드라마의 저질 코미디화가 심각하다.
인간생활의 한 단면으로 표현되는 드라마가 삶에 대한 진솔한 고민없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몸짓이나 말투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함량미달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유행병처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지존파등 잇단 충격적 사건이후 TV매체의선정.폭력성을 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가일층 심해져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상당수가 이러한「속 편한」코미디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벼운 주제로 시청자가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드라마가 모두 나쁘다고는 볼수 없으나 드라마의 지나친 코미디화는 단순 코미디와 코믹터치 기법을 혼동한 것으로 소재에 있어 불륜.폭력아니면 코미디라는 소아병적 이분구도를 탈피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드라마의 코미디화가 가장 심한 것은 SBS로 저녁시간대 드라마 6편중 가족극장『여태 뭘했수』,명랑가족드라마『좋은걸 어떡해』,주말극장『이 여자가 사는법』등 3편이 코미디성이다.
특히『이 여자가 사는법』은 극중인물의 극단적으로 과장된 치매성 행동과『너희 시아버지는 아직도 안돌아가셨니』『불여우 둘이 만났으니…』등 여과되지 않은 대사등으로 웃음을 짜내는 저질 코미디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어느 누구도 삶에 대한 진실된 접근방법을 갖지못한 등장인물 가운데 남편의 사랑이 인생의 지상목표인 덜떨어진 중년 푼수(이효춘扮)는 시청자들의 실소를 넘어 짜증을 돋우고있고 홍학표-김원희 커플은 무뇌아적 발상과 행동으로 신세대상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여태 뭘했수』역시 부자.부부.고부관계와 친구.직장의 상하관계등 모든 인간관계를 뒤틀어 삶의 중요한 애정.갈등구조를 억지웃음으로 희석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KBS『딸부잣집』은 환경이라는 시의성있는 주제로 포장하고 있긴하나 부부간의 갈등을 비롯한 삶의 문제를 진지함없이 마치 장난처럼 해결하고 있으며 둘째딸(하유미扮)의 경우처럼「순수함=모자람」이라는 잘못된 등식으로 설정,바보연기로 웃음 을 기대하는70년대 코미디를 답습하고 있다.
TV드라마의 이같은 코미디화에 대해 방송전문가들은『코믹하게 만들면 일단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확보하고 들어간다는 안이한 기획태도에서 나온것으로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데 치우쳐삶에 대한 올바른 분별.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결 과를 가져올수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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