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상하이 증시 … 그래도 관심은 ‘주식’ 뿐 직장인들 회사 빼먹고 객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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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상하이 마오타이루에 위치한 궈진증권. 50~60대로 보이는 투자자들이 객장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상하이=장세정 특파원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 마오타이(茅台) 거리의 궈진(國金)증권 . “직장에 안 가고 왜 여기 나왔느냐”는 질문에 40대 남자는 “온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하는데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객장에서 포커 판도=그러나 요즘 상하이 주가는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장중 6000선을 돌파했던 지수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동안 10% 이상 내렸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주식 광풍에 휩싸였던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연말에 4500까지 빠질 거라고 예상하는 객장의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 우(55)씨는 “폭등 장세가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 관련 제약회사 주식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 하면 떼돈 번다는 소문을 듣고 6월부터 1만 위안을 투자한 상태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니던 방직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받은 실업수당 5만 위안(약 600만원)을 주식에 ‘몽땅’ 투자한 왕(46)씨는 “단타매매는 일부만 하고 대부분은 장기 보유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 주가가 계속 빠지자 담배를 꺼내 무는 투자자가 늘어났다. 객장은 뿌연 담배 연기로 금세 가득 찼다. 40, 50대 남녀 투자자 4명은 카드를 꺼내 포커판을 벌였다. 60, 70대 노인들이 구경꾼으로 몰려들어 객장은 순식간에 포커판으로 변했다. 시내 중심 광둥(廣東)로에 있는 선인완궈(申銀萬國)증권 객장에도 가봤다. 증권사 측에서 투자자들을 위해 20여 대의 단말기에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설치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자리가 부족해 줄을 서 있는 투자자도 많았다. 폐장시간이 임박해지면서 객장에 설치된 단말기를 만지는 투자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돈 몰려 더 오를 것”=하이퉁(海通)증권 연구소의 황쩌펑(黃澤豊) 연구원은 낙관론을 폈다. 단기 과열에 따른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해 그는 “주가가 많이 뛴 것은 사실이지만 황소시장(상승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관론의 근거로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위안화 가치가 줄기차게 오르며 ^주식제도 개혁으로 비유통주가 한꺼번에 쏟아질 위험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정부가 금리를 계속 올리면 증시가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금리를 올리는 중국 정부의 정확한 의도는 급격한 통화 팽창을 억제해 물가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하자는 데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은근한 물가 상승은 증시에 보약”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 삼성증권의 송해성 수석대표는 “해외자본이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고 줄을 서 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상장기업이 1만 개를 넘지만 상하이A종목은 1800여 개뿐이다. 돈은 넘치는데 투자할 기업이 부족해 중국 증시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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