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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환경을살리자>36.종량제 재활용산업 육성에 成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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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규격화된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고,정해진 양 이상의쓰레기를 버릴 경우 비싼 봉지를 사용해야 하는 쓰레기종량제(從量制)가 내년 1월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지난 6개월간의 시범실시 결과를 보면 두 가지 큰 걸림돌이 쓰레기를 줄이자는 종량제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쓰레기의 재활용 문제와 썩지않는 비닐로 만든 종량제 봉지다.쓰레기 종량제의 성패가 걸린 이 두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미리 짚어본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범실시되고 있는 서울시송파구잠실5동 아파트단지. 저녁이면 헌종이.유리병.플라스틱등 색색의 분리수거통마다재활용품이 가득 차 오른다.
알뜰주부들이 종량제 봉투값도 아낄겸 「환경주부」로서 작은 실천차원에서 모아 버린 것들이다.
그러나 이 폐품들은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기가 쉽지않다.
가령 서울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앞 자원재생공사 사업소 마당을 가보면 플라스틱 용기,페트(PET)병등이 커다란 언덕을 이루고 있음을 볼수 있다.
서울시가 재활용을 위해 수거했지만 제갈길을 찾지 못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환경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는모두 2백여만t.
〈그림1참조〉 이중 재활용된 것은 전체의 1%에 불과한 2만t에도 못미친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처리를 맡고있는 자원재생공사는 청주.안동.
담양등 3개소에 플라스틱 재생공장을 두고 있고 시화공단에 추가로 건설하고 있지만 95년 전체 시설용량계획이 연간 2만t에 불과하다.게다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재생공사의 폐플라 스틱 재고누적은 8만6천t에 달해 더 이상 수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재활용산업의 육성이 시급한 까닭도 여기 있다.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면 매립쓰레기 량은 줄어들겠지만 재활용품 수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림2참조〉 모인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남아 매립.소각돼야 한다면 쓰레기를 줄이자는 종량제의 근본 취지는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재활용 쓰레기 가운데 재생이 가장 어려운 것이 폐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은 20여가지로 분류해야 하고 재생할 수 없는 것도많기 때문에 재활용품으로 수집을 계속할 것이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음료수.생수병으로 사용된 페트병의 처리다.연간10억개.4만2천t이상 사용되는 페트병 가운데 2천t정도가 수집되지만 이마저도 현재 거의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뚜껑과 바닥등 서로 다른 네가지 성분을 일일이 손으로 분리해내야하고 여기에 드는 용역단가만도 개당 80원에 이르지만 폐기물 예치금은 개당 7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년 18만t정도가 사용되는 발포 스티로폴은 약 5천t만이 재활용되는데 재활용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수거되지않고 있다.
포장용 스티로폴 소비를 법으로 억제하고 있으나 규제대상이 일부에 불과해 발생량은 줄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재활용산업 육성을 위해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재생공사는 92년부터 재활용 시범단지를 추진,전남 화순에 부지는 마련했으나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지역이라 승인이 나지않고 있다. 또 재생원료의 안정적 공급과 중간처리를 위해 수도권에 재활용품 비축기지건설도 추진중이지만 96년 6월에나 끝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산업이 성공하려면 재활용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도록 새로운 품목 개발과 품질향상,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썩지않는 종량제 비닐봉지 매립장으로 갈 쓰레기가 투명한종량제 봉지에 담겨 쌓여있는 서울시중구소공동 골목.옅은 파란색종량제 봉지를 풀어헤치면 그 속에 또다른 검정 또는 하얀색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가 쏟아진다.
몇 겹의 비닐에 싸인 음식쓰레기로 인해 종량제가 쓰레기 처리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종량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연간 4백50만t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서울에서만 1년에 소요되는 규격봉투가 20ℓ짜리로 무려 2억2천만장.
물론 모든 쓰레기가 규격봉투에 담기는 것은 아니라 해도 소요량이 1억장은 넘는다는 것이 환경처의 추산이다.
썩지 않는 비닐봉지 속에 담긴 쓰레기는 매립 후 수백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는다.또 비닐봉지에 찬 공기가 빠지지 않아 쓰레기 부피만 늘어난다.
이 때문에 쓰레기 종량제에 생분해성 비닐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나오고 있다.
***「생분해」비닐 시급 국내 생분해성 비닐 시장은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없는 현재 연간 5천t에 불과하다.생산업체들은 경영이익보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 측면에서 개발하고 있고 주로 1회용품이나 기업홍보용 제품 생산에 한하고 있다.
생분해성 비닐은 일반 플라스틱 성분에 녹말을 10%정도 섞은첨가형(생붕괴성 비닐)과 완전히 분해되는 성분만으로 된 완전분해형(생분해성 비닐)으로 구분된다.
첨가형의 경우 미생물이 녹말만 분해하며 플라스틱 성분은 잘게흩어질뿐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최근 국내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있는 완전분해형은 미생물이 세포내에 축적하는 PHB등 천연고분자물질이나 화학합성을 통해 얻어진다.
문제는 현재 기술로는 완전분해형 비닐의 물리적인 성질이 기존비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첨가형도 녹말 함량이 높으면 비닐로서의 특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경처 심재곤(沈在坤)폐기물정책과장은『최근 공청회에서 첨가형비닐이라도 종량제 봉지로 채택하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분해도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지금 환경처로서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시험방법을 통일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장 채택은 하지않더라도 생분해성 비닐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든지,아니면 비닐봉지가 아닌 다른 방식의 수거를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에서도 보기드문 일률적인 수거방식을 적용하려는 당국이 국제기준이 마련될 때만 기다린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으로 비춰진다. 지금 묻히는 비닐봉지가 서울 정도(定都)6백년 기념 타임캡슐을 꺼낼 4백년 후까지도 썩지않고 땅 속에 남아 후손들에게 전해지도록 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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