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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군침 돌아야 건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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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물이 많으면 대개는 수질이 좋다. 반대로 물이 부족하면 수질이 나쁘다.

우리 나라의 4대강 가운데 수량이 가장 적은 낙동강이 늘 수질 오염에 시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입에도 물(침)이 부족하면 구강 환경이 나빠지고 치아가 망가진다.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가득 고여 민망함을 주는 침(타액).

가끔 경멸의 표시로 내뱉기도 하지만 실상 침은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구강 위생을 유지하는 데 있어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만일 침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식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침은 공기만큼 소중하다=우선 음식을 잘 삼키기 어려워진다. 침이라는 윤활유가 없다면 식사가 참으로 고역일 것이다. 틀니를 낀 일부 노인의 경우 틀니가 침샘을 막아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한다 (연세대 치대 권호근 교수).

침이 없다면 음식 맛도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이다.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먹어도 그저 '모래를 씹는 느낌'이 들 뿐이다. 게다가 음식을 소화하는 데도 애를 먹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는 "침은 혀가 음식 맛을 잘 느끼도록 하며 침에 든 아밀라제라는 소화 효소는 음식의 전분을 소화하기 쉽게 잘게 부숴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은 아밀라제가 밥 속의 전분을 단맛이 나는 맥아당으로 바꿔놓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구강암으로 지난달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정모(63.경기도 수원시)씨는 침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그는 "타액선 부위에 방사선을 쬔 이후 침이 거의 나오지 않아 밥을 물에 말지 않으면 음식을 씹거나 삼킬 수 없고, 입이 바싹 타서 말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침은 식사한 뒤 입 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싹싹 청소해 식도.위로 내려 보낸다. 또 약 알칼리성인 침은 입 안의 산도(酸度)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해 충치를 예방한다. 설탕이나 당질 식품을 먹으면 충치균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을 분비하는데, 이때 입안의 산도가 pH5 이하로 떨어지면 충치가 생긴다. 게다가 침엔 라이소자임.락토페린.불소 등 세균을 죽이거나 충치를 예방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침은 뜨거운 음식의 온도를 낮춰주고, 화학물질을 중화시킨다"며 "구토시엔 침이 많이 나와 위산으로부터 입안을 보호한다"고 예찬했다.

◆ 매일 페트병 하나 분량의 침이 나온다=침은 귀 밑에 있는 이하선, 혀 밑에 있는 설하선, 턱 밑에 있는 악하선 등 세 개의 침샘에서 분비된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철호 교수는 "정상 성인은 하루에 보통 1ℓ의 침을 분비한다"며 "침의 99.5%는 수분이며, 나머지는 미네랄(나트륨.칼륨.칼슘).단백질.효소(아밀라제).면역물질 등"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침 분비량은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부터 서서히 증가되나 수면 중엔 급속히 줄어든다.

한양대병원 치과 황경균 교수는 "수면 중엔 침이 10~20㎖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설탕이 든 간식을 먹고 칫솔질을 하지 않고 잠을 자면 충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기 전엔 간식을 삼가고 칫솔질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절적으론 요즘 같은 겨울에 입이 더 잘 마른다. 대기가 건조해 우리 몸의 수분이 더 많이 증발되기 때문이다.

◆ 침 분비 갑자기 줄면 질병.약물 탓=침 분비가 줄거나 구강건조증이 있으면 몇 가지 약이나 질병을 의심할 수 있다. 노인들이 많이 찾는 우울증 치료제.항히스타민제(감기약에 포함).고혈압 치료제.진통제.신경안정제.이뇨제 등은 침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약들을 장기 복용 중인 노인은 충치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칫솔질 등 구강 위생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머리.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쇼그렌 증후군 등 자가 면역성 질환, 스트레스.우울증이 있어도 곧잘 입안이 건조해진다. 영양결핍으로 인한 만성 타액선염.당뇨병.비타민 결핍.철분 결핍.노화에 따른 침샘의 위축도 구강건조증의 원인이다.

반대로 침 분비를 증가시키는 병도 있다. 수은 중독.공수병(광견병) 등이다. 또 구강 점막을 자극하는 콜린성 약물을 복용하면 침이 너무 많아진다.

◆ 침이 입에서 잘 돌게 하는 법=고대 구로병원 치과 김현종 교수는 "무설탕 껌을 씹을 것"을 추천한다. 솔비톨 등이 함유된 껌은 치태 내의 산도를 개선하며, 씹는 운동 자체가 침 분비를 증가시키고 침을 치아 주위로 골고루 전달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침을 보충하기 위해선 안구건조증에 쓰이는 인공 눈물처럼 인공 타액을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직접적인 치료제론 필로카핀.브로모헥신 등이 있다. 이들은 침샘을 자극해 침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으로 병원에서 처방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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