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해야 한다는 것 알아 다른 나라 경제 배우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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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명길(사진) 유엔주재 대표부 차석대사가 베트남의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는 세계의 변화에 맞춰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RFA(자유아시아)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김 차석대사는 1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북.미 금융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단을 위한 환영만찬에서 "우리는 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개혁(reform)이란 용어는 쓰지 않지만 세계와 기술 교류를 통해 세계가 변화하는 데 맞춰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주의를 하다가 시장경제로 돌아서 성공한 경제를 따라 배워야 한다"는 미국 측 참석자의 조언에 대해 베트남의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다른 나라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RFA 방송은 전했다.

김 차석대사는 또 "우리는 몇 가지 실험적 경제개혁 조치를 했다"며 신의주, 남포, 나진.선봉 등을 예로 든 뒤 "우리 나름의 시스템이 있다. 그동안 경제시스템을 개선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석대사의 '경제 공부' 발언은 지난달 중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김영일 내각 총리가 30여 명 규모의 시찰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해 항만.산업 시설 등을 둘러본 사실과 관련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농득마인 서기장에게 "도이머이(개혁) 정책을 거울로 삼고 싶다"며 베트남의 경제 개혁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대 양무진 교수는 "북한과 베트남은 분단 경험과 함께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개혁.개방과 대미관계 정상화로 경제성장 가도에 진입한 베트남의 선례가 북.미관계 정상화에 의욕을 보이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모임에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와 대형 로펌 관계자 등 금융.법률 전문가들이 참석해 북한 측 참석자들이 자문했다고 RFA는 덧붙였다.

한편 6자회담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원조를 총괄하는 국제개발처와 국무부, 민간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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