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장흥아트파크에서 20일 개장한 실내 놀이터. 세계적 섬유미술가이자 놀이터 설계자인 토시코 맥아담의 작품이다. [사진 제공=장흥아트파크]
“얘들아 그만 내려와, 너무 오래 놀았다.” 부모들이 소리쳐도 놀이에 빠진 아이들 귀엔 들리지 않는다. 이쪽 구멍으로 아래 그물로 내려온 아이들은 다시 저쪽 그 구멍을 통해 중간 그물로 올라간다. 바닥에 놓여 있는 두터운 섬유 다발과 둥근 튜브는 지친 아이들이 앉아서 쉬는 의자가 된다.
경기도 장흥시 장흥아트파크에 신개념 어린이 놀이터가 20일 문을 열었다. 가로·세로 12m, 높이 6.5m로 50명이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는 3중 나일론 밧줄 그물이 설치 돼있다. 멀리서 보면 환상적 분위기의 설치예술이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올라가 노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이름은 에어 포켓(Air Pocket·공기주머니). 진동을 느끼며 기어 다니고 미끄러지고 튀어 오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위로부터 ▶놀이터 전경 ▶놀이터 일부 ▶작가 토시코
그는 1979년 섬유를 이용한 놀이터 설치를 시작, 일본의 삿포로 다키노 스즈란 국립공원, 오키나와 국가 기념공원, 하코네 야외 박물관, 쇼와 기념공원을 비롯, 상하이·싱가포르·대만 등에 작품을 설치했다. 도시코는 “서로 모르는 아이들이 함께 협동심을 느끼면서 놀 수 있다는 게 내 작품의 핵심”이라며 “콘크리트와 쇠로 만든 디즈니랜드 식의 놀이터와 완전히 다른, 인간친화적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물에 올라가 몸을 구르면 각자의 진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서로 어울려 노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또 “구조공학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뒤 뜨개질하듯 그물을 손으로 짜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1년 가까이 걸린다”며 “미국 듀폰사의 나일론 66으로 짠 로프 그물이라서 2.5t의 무게를 견딜 수 있고 유해 성분도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닥에는 10㎝ 두께의 폴리우레탄 합성고무를 깔아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배수철 장흥아트파크 대표는 “어린이들이 자주 방문하고 싶은 놀이시설이 꼭 필요했다”며 “세계 각국의 놀이터를 벤치마킹한 결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코의 놀이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내 놀이터 앞에는 역시 도시코가 만든 야외 놀이터도 있다. 올 7월 설치된 것으로, 여러 개의 그물을 다양한 각도로 이어 붙였다. 배 대표는 “아이들이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지를 않아요. 여름 주말에는 놀이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는데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장흥아트파크=서울 가나아트센터가 토탈미술관을 인수해 지난해 5월 개관했다. 미술관·야외공연장·어린이 미술체험관·카페·레스토랑을 갖췄다. 야외 조각공원에는 앙투완 부르델·필립 페린·문신·현해성·임옥상·강대철·유인 등의 작품이 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우치다 시게루가 디자인한 3동의 건물(블루·레드·옐로 스페이스)을 20일 신축, 개관했다. 개관 기념전으로 권진규의 미공개작 특별전, 도시코 맥아담의 놀이터 개장 및 미술작품전, 박대성 한국화전을 열고 있다. 입장료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3인 가족 1만5000원, 4인 1만8000원, 5인 2만원. 031-877-0500, 031-837-0020.
조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