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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교정행정>下.수용규모 줄이고 전문가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中央日報에 「구멍뚫린 교정행정」이란 시리즈 기사가 나가자 교정공무원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대개 『교도소를 「범죄학교」로 비하시키면우리는 범죄를 가르치는 선생이란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이 기회에 예산.인력.제도등 교정행정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교도관들 역시 우리 제도에 허점이 많고 이를 혁신하지 않는 한 교화를 통한 범죄예방이라는 교정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가요원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정행정의 정상화를 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교도소와 구치소를 교도관들이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규모로 축소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1개 시설당 평균수용인원은 1천5백73명으로 미국의 4백74명,호주의 1백70명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교정시설의 대형화는 재소자의 형기나 죄질.수형태도등에 따른 분류처우를 불가능하게 할 뿐 만아니라 교화.교육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따라서 1개 교정시설의 수용규모를 5백명이하로 낮춰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
법무부 이순길(李淳吉)교정심의관은 『교도관 1인당 재소자수를보면 미국2.1명,일본 2.9명인데 비해 우리는 5.5명이나 된다』면서 『시설은 큰데 운용능력이 못미치다 보니 한방에 여러명씩 앉아 범죄정보를 교환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울산구치소(5백명수용),강경구치소(3백명)등 수용인원이 5백명정도 되는 교정시설이 없지 않다.그러나 5만9천여명에 이르는 재소자를 모두 5백명이하 소규모 단위로 나눠 수용하기 위해선 교도소가 1백20개는 돼야한다.그만큼 예산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총 3천2백10억원,재소자 1인당 5백75만원(94년기준)에불과한 예산규모로는 현상유지도 힘들다.시설개선과 함께 교정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사기를 높이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딸아이 학교의 가정환경조사서 직업란에 교도관이라고 쓰지를 않습니다.죄수들을 때리고 몇곱절 담배장사나 하는 「간수」로 비춰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한 교도관의 고백은 우리 교정공무원의 현주소를 대변해주고 있다.
교정공무원들의 절반 정도가 1년내내 바람도 안통하는 교도소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지만 관사 보급률은 30%에도 못미친다.이같은 열악한 근무여건탓에 교도관들의 이직률도 91년 10.
4%,92년7.7%로 다른 직종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교도관들의 82%가 현직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87%는 기회만 있으면 전직할 의사가 있다는 국민大 박재윤(朴在允)교수의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또 교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교정공무원의 증원과함께 공무원증원 동결령에 묶여 5백70명에 불과한 교화전문요원을 대폭 늘려야 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에 맞는 교화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산부족으로 교화전문요원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면 스웨덴처럼재소자들의 교화에 참여하는 민간인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아울러 교정시설의 전문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종합병원 규모의 의료교도시설이 5개나 있고 이중한곳은 정신병원이지만 우리나라엔 정신질환자.약물중독자를 수용하는 공주 치료보호감호소 한 곳 뿐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여자교도소인 청주 여자교도소도 보안사범을 수용하던 감호소를 단순 개조해 놓은 것일 뿐 여성에 적합한 직업훈련시설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시설및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정행정에 전혀 무관심한 일반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의 한 교정관계자는 『강력범죄가 터지면 모든 사람들은 경찰력을 강화하고 중벌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교도소에대해선 전혀 무관심하다』며 『교정행정이 정상화되지 않고선 효과적인 범죄예방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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