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되고 싶어서? … 돈방석 탐나서? 외인부대 ‘귀화 바람’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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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에 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귀화한 이동준(左)과 귀화를 고려 중인 형 산드린.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김민수(경희대 4년)에 이어 지난해 이동준(대구 오리온스)이 귀화했다. 이동준의 형으로 최근 울산 모비스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선발된 에릭 산드린도 귀화를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5년 국내 거주 등의 조건을 채워야 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면 특별 케이스로 귀화가 가능하므로 혼혈 선수들의 귀화가 이어지고 있다. 모비스 이동훈 홍보팀장은 “미국에는 프로농구(NBA)에 진출하기엔 실력이 모자라지만 한국에서 뛰기엔 충분한 혼혈 선수들이 꽤 있어 귀화 바람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혈 귀화 선수들은 여러모로 유리하다. 생김새가 판이하면 군대도 면제받기 때문이다. 백인 혼혈인 김민수와 이동준도 면제를 받았다.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선수들도 한국 국적을 꿈꾸고 있다. 세 시즌 동안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자밀 왓킨스가 19일 전 소속 구단인 동부를 통해 귀화를 알아봐 달라고 나섰다.

 농구는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의 기량 차이가 크고, 외국인 선수에겐 진입 장벽도 높다. 이동준보다 기량이 훨씬 좋은 산드린이 귀화하면 외국인으로서 받는 연수입(약 1억6000만원)의 네 배는 받을 수 있다. 귀화가 자유롭다면 국내 최고연봉 선수인 김주성(6억8000만원) 정도로 받을 선수가 수두룩하다. 결국 ‘귀화=돈방석’이다.

 그동안 축구에서는 신의손·데니스·이싸빅·마니치 등 혼혈이 아닌 귀화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농구에서는 아직 순수 외국인 선수의 귀화는 없다. 귀화한 축구 선수들은 대부분 러시아·유고 등 동구 출신이지만 농구 선수들은 대부분 국적을 포기하기 아까운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또 축구에서는 소속팀이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기 때문에 귀화를 장려하지만 농구는 귀화하더라도 새로 드래프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속팀이 귀화에 소극적이다.

 일부 외국 선수 중에는 국적 취득을 취업비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선수 생활이 끝나면 국적을 포기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차규근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은 “심사할 때 한국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범죄 사실 여부 등을 모두 심사하지만 악용할 의도를 가지고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호준·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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