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나친기대가 金 앗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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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심리적 부담감이 금메달을 앗아갔다.
부순희(夫順姬)가 11일 벌어진 여자 스포츠권총 개인전에서 은메달에 머문 것은 주위의 지나친 기대감이 그 원인이었다.
지난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한 夫는 이번에 당연히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인지 이날 사격장에는 한국선수단 임원들과 기자들이 대거 몰려와 응원을 펼쳤으나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사격인들은 소총종목과 달리 비스듬히 서서 경기를 하는 권총의경우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한다.또 관중석이 어수선해도 우리말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려신경쓰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날 夫의 등 뒤에는 10여명의 사진기자들이 잇따라 셔터를 눌러대 주의력을 분산시켰다.정신집중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기에서 응원단의 소근거림과 셔터소리는 치명적인것이 틀림없다.
보다 못한 최승만(崔承滿)코치가 『제발 경기중에 사진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부탁이다』면서 애원할 정도였다.崔코치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선수일지라도 나지막한 말한마디와 금속성 셔터소리는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夫는 5백84점을 명중시켜 2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도 표정이 계속 굳어있었다.점심때 우동을 먹으면서도 단체전에 함께 출전한 박정희(朴貞嬉.국민은행)와 대화를 절제할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夫는 결선에서 세계적 선수답게 본선에서 2점 앞선 판샤오핑을추월하는등 한껏 분발했으나 9발째 9.1점을 쏘는 실수때문에 0.4점차로 아깝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만약 본선에서 적극적인(?) 응원이 없었고 1점만 더 땄더라면 금메달은 당연히 부순희의 몫이었다.본선의 소란스러움이 거듭생각나는 아쉬운 한판 승부였다.
[히로시마=金相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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