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석유가격-국내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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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2의 걸프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직 적지만 대중동(對中東)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데다 석유류 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높은 구조적인 취약점때문에 국내 석유시장은 늘 중동의 정세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만약 걸프지역에서 다시 전쟁이 일 어난다면 국내 기름값은 과거보다 빠르게,더 큰 폭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9월15일 도입된 새 유가체계가 국제시세를 더 민감하고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자원부는 이라크가 당장 무력 침공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정부개입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검토중이다.지금으로서는 국제유가가 국내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소폭 오르면 가격상승분을 모두 국내 기 름값에 반영하지만 너무 많이 오르면 석유사업기금을 동원,충격을 흡수할 방침이다. 유가상승이 전쟁이 주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냐,구조적인공급부족 때문이냐에 따라 정부의 대응방법도 달라진다.
심리적 상승이라면 길어야 3~4개월정도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되돌아가지만 유전폐쇄.송유관파괴등으로 공급이 달려 값이 오르면시장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상당기간 高유가시대를 맞게 된다.상공자원부는 유가상승이 심리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판단되면 석유사업기금을 사용해 가격상승을 막겠지만 구조적인 경우라면 단계적으로기름값에 반영해 현실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상공자원부 김효성(金孝成)석유가스국장은 『걸프사태로 상승폭이아주 크지 않으면 국제가격동향을 반영해 국내가격도 일부 조정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유사가 쿠웨이트로 부터 들여오는 원유 비중은 5.
2%(93년 기준)로 그다지 크지 않지만 원유도입의 對중동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문제다.
지난 7월말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도입량의 77.9%를중동지역에서 들여왔다.이는 걸프전 직후인 지난 91년의 73.
7%보다 4.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석유비축량도 부족한 편이다.지난 8월말현재 우리나라의 석유비축량은 전년도 소비량을 기준으로 정부보유량 26일분,민간보유량 30일분등 모두 56일분에 불과하다.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사항인 90일분에는 물론 정부의 목표비축량인 60일분에도 못 미친다.더욱이 우리나라는 IEA에 가입하지 못해 회원국들끼리 급할 때 기름을 현물로 빌려주고 빌려쓰는 「비상융통제도」의 혜택도 입지 못한다.
반면 석유소비는 자꾸 늘어 비상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휘발유의 경우 지난 상반기 소비량이 모두2천3백만배럴로 93년 상반기보다 14.8%나 늘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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