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여자농구 일본에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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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히로시마=특별취재단]한국여자농구가 중국과의 대전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 일부러 져줬다.
한국은 9일 이시다기념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농구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크게 리드하다 막판에 느슨한 경기를 펼쳐 84-80으로 패했다.
이미 중국을 30점차로 누른바 있는 한국은 이날 일본을 이기면 중국과,지면 일본과 결승전을 갖게 돼 있었다.
한국이 후반 13분쯤 69-60으로 리드하자 정주현 한국감독은 이때 주전선수인 정은순과 전주원을 빼고 하숙례와 윤영미를 투입했다.
이후부터 한국선수들은 볼만 잡으면 무조건 슛을 던지고 수비는하는둥 마는둥 무성의한 경기를 펼쳐 일본이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전은 13일 오후6시에 벌어진다.
①후반 7분을 남겨놓고 주전 센터와 가드인 정은순과 전주원을빼고 하숙례와 윤영미를 넣는다.
②센터인 정선민이 3점슛 라인에서 연속 3개의 슛을 무성의하게 집어던진다.노골이 돼도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선다.
③교체돼 들어온 윤영미는 쉬운 골밑슛 찬스를 세번이나 잡았으나 모두 링을 맞춘다.그리고는 씩 웃는다.
④충분히 잡을 수 있는 리바운드 볼을 일부러 밖으로 쳐낸다.
그러나 심판이 한국볼을 선언하자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⑤일본선수들이 골밑슛을 넣을 수 있도록 손도 내리고 가만히 서 있는다.
⑥정주현감독은 경기후 통상적으로 하게돼 있는 기자회견도 하지않고 그대로 퇴장해버린다.
⑦흥분한 중국기자들이 한국감독을 찾으러 다닌다.
⑧한국을 열렬히 응원했던 3백여명의 응원단은 허탈한 나머지 자리에서 뜰줄 모른다.
9일 벌어진 여자농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추태다.
경기가 시작되기전 이미『금메달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일본에져주기 작전이 세워졌다는 얘기가 돌긴 했다.
전반전 한국이 철저한 수비를 펼치지 않고 3점슛만 난사하면서끌려갈 때까지만 해도「혹시나」하는 생각이었다.후반들어 적극적인대인방어를 펼치면서 역전에 성공한후 큰 점수차로 리드할 때는「역시 일본에 일부러 져줄리가 있나」하는 안도감 도 돌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누가 봐도 창피하고 치졸한 플레이가 무려 7분간 계속됐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쉬운 상대를 고르기 위해 져주기 작전도쓸수 있다.그러나 상대가 누군가.일본의 홈코트에서 일본을 결승상대로 선택했다는 것은 엄청난 오판이다.그것도 일부러 져주면서까지. 결승에서 일본을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이날 경기 초반에서도 나타났듯이 심판들의 횡포에 가까운 판정은 결승전에서는 극에 달할 것이다.
일본의 실력이 그렇다고 형편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일본은지난4월 센다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은바 있고 8월 호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이 20점차로 대패한 바도 있다.한국은 이번 추태로 두번의 망신을 당한 셈이다.
지난4월 아시아선수권대회때는 중국이 한국을 봐줘 일본언론으로부터『중국과 한국이 짜고 일본을 탈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으로부터『배은망덕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이날 결과로 인해 중국은 앞으로『한국만은 기필코 이겨야 한다』는 적대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손장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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